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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AI와 꼰대

곽태호 여기어때 DNA 센터장.
곽태호 여기어때 DNA 센터장.

은어인 '꼰대'의 핵심은 권위주의적 사고다. 우리 사회가 비판하는 꼰대로서의 태도는 기업 인공지능(AI) 부서 관리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첫 번째다.

관리자의 판단은 경험에서 나온다. 관리자는 주니어부터 차곡차곡 쌓은 시행착오, 성공의 경험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한다. AI, 데이터 부서 담당자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검토하고, 프로젝트의 성패를 예상하고는 한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본인 과거 경험에 비추어 실무자의 제안이 '의미 없다'고 예단하는 경우다.

따라가기 힘든 변화 속에서 AI 부서 관리자에게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과거 변수를 넣어 규칙 기반 알고리즘을 짰던 개발 환경은 '머신 러닝의 시대'로 180도 뒤집혔다. 코드에 하나하나 변수 조건을 넣어주면 그게 머신 러닝이 맞을까. 알아서 학습해야 하는 머신 러닝 시대에서 과거 개발 환경의 방법론은 적절하지 못한다. AI 부서 관리자가 새로운 도전과 제안을 과감한 자세로 검토해야 한다.

다만 수용 조건은 분명하다. 신기술이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에 적합한지 여부다. AI는 다양한 기능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개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서비스가 추구하는 바에 걸맞는 정확한 목표 설정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게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기준이 없는 기술 개발은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한동안 달궈졌던 메타버스 붐이 대표적이다. 가상세계를 많은 영역에서 활용 하지만 '메타버스 회의' '메타버스 사무실'은 어떤가.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공간이 부상하면서, 업무 공간을 대체하는 메타버스는 사용성이 떨어졌다. 모든 기업이 도입한 '챗봇'도 마찬가지다. 여행업계에도 챗봇 열풍이 불었지만 고객은 여행 플랫폼에 자동으로 여행 계획을 짜주는 기능을 기대할까. 오히려 빠르고 정확한 상품 검색과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지는 않는가. 어디에 AI 활용해야 비즈니스 가치를 끌어올리며, 소비자 만족을 달성할지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크다.

여기어때는 기술의 비즈니스 가치를 크게 △업무 효율화 △고객 편의성 증대 등 두 개 측면에서 검토한다. 여러 플랫폼이 제공하는 해외숙소 가격의 변화를 모니터링 하고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AI로 운영한다. 과거 인력을 직접 투입해 운영하던 방법보다 효율성과 정확도가 대폭 개선돼, 고객에게 최저가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해외 숙소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모니터링 대상 숙소가 급증하자 인력으로만 대응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시작했다.

결론은 열린 태도를 갖되, 기준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AI가 바꾼 세상 속에서 서비스의 변화와 혁신을 꿈꾸지만, 어떻게 비즈니스 가치를 끌어올릴 것인가는 중요하다. 딱 막힌 태도로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꼰대'일지, 고객 만족을 끌어올리는 AI 부문 '리더'가 될지를 결정하는 요소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AI. 현명한 가이드와 조건 아래서 기업과 서비스를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곽태호 여기어때 DNA 센터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