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에 이어 가자지구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공급로 위험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인해 국내 전력 생산 에너지원도 풍력,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와 수소, 암모니아 같은 무탄소 전원, 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에너지 신사업은 이러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 증가, 소비자 자가발전 확산, 전기화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등 에너지 안보와 탄소 배출 관련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사업이다. 최근에는 전력 판매 및 소비자측 시장(BTM)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가치를 창출하며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신사업은 전력 소비량과 피크 수요를 감축시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량 저감, 발전소·전력망 등 전력설비 투자 완화 등을 유도해 전력기업 부담 경감에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전력망에 새로운 유연성 자원을 제공해 계통 운영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에게는 요금부담 완화, 수요 자원을 이용한 수익 확보 등 다양한 편익을 안겨줄 수 있다.

세계 전력산업과 시장구조 변화는 국내 전력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발전부문에서 무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시도하면서 기술적·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둘째, 계통운영 측면에서 소비자 보유설비 및 재생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설비 투자 부담 증가, 신규 설비의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 판매부문에서는 무탄소 전원 전환, 계통설비 투자 증가, 전기화로 인한 수요증가 등으로 요금인상 요인이 많아졌고, 기존 전력판매 사업구조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에너지 신사업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무탄소 에너지 보급을 위한 제도(RE100·RPS) 시행으로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위한 서비스화(EaaS), 에너지 사용 관리시스템, 가상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마이크로그리드·전기차충전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 분야의 등장으로 에너지 신사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도 높다.

이에 전력기업은 물론 오일 메이저, 설비 제조사, 혁신기업까지 에너지 신사업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력기업은 전력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소비자 편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새로운 경영 다각화를 추진한다. 오일 메이저는 탈 탄소화로 인한 수익감소의 돌파구로서 에너지 신사업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혁신기업과 설비 제조사는 에너지 신시장 관련 인프라·기술 판매 및 대여로 수익 확대의 길을 찾고 있다.

우리 정부도 법령 개정, 지원금 제공 등 에너지 신사업에 대한 정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기업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업 확산이나 시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초기 수준이다.

에너지 신사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 수립과 안정적 추진이 뒷받침돼야 한다. 에너지 신사업의 자생적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 정상화,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참여 중심의 시장 조성과 확대가 필수다. 에너지 신사업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혁신기업 육성과 솔루션 중심의 기술개발 및 실증 활성화도 중요하다.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에너지 신사업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 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차세대 에너지 안보체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영재 영암태양광발전 사장(전 남동발전 경영관리처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