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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폐쇄적 콘택트렌즈 유통 환경 개선해야

이승준 윙크컴퍼니 대표
이승준 윙크컴퍼니 대표

콘택트렌즈가 의료기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콘택트렌즈는 눈에 직접 넣어 착용하므로 굉장히 전문적인 관리를 요하는 의료기기다. 한국은 의료기사법에 따라 안경사가 안경업소에서만 콘택트렌즈를 대면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눈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각 기관인 만큼, 눈에 직접 닿는 콘택트렌즈를 사용함에 있어 전문가의 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법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안을 추진하며 안경사 커뮤니티·관련 업계가 크게 들썩였다. 안타까운 점은 사회적 논의가 관리 시스템의 관점보다는 판매 방식에 대한 이분법적 논쟁으로만 번지다 보니 가장 중요한 전문가의 안 건강 관리 방식과 시스템 설계에 대한 고찰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한국의 안경사와 같은 개념으로 안과의사의 일종인 검안사(Optometrist) 책임 하에 안경·콘택트렌즈를 판매하고 있다. 콘택트렌즈 구매 전에는 반드시 검안사의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한 번 처방받은 고객은 해당 검안사가 주치의가 돼 전문가 권한으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미국 전담 주치의처럼 우리도 안 건강을 위한 주치 안경사 개념을 제도화하는 것은 어떨까. 콘택트렌즈 최초 구매 단계에 반드시 검진을 받게 하고, 향후 재구매 시 주치 안경사가 지정하는 판매 방식으로 구매가 허용되면 전문가와 소비자 간 불필요한 불편함이 사라지고 체계적인 안 건강 관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경사 면허 제도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의 광학 의료기기 관리 제도는 시력보정용 안경 부문에서는 굉장히 선진적인 시장을 형성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콘택트렌즈 시장에서는 일부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폐쇄적 유통 관행으로 과독점 시장으로 변질되는 폐해를 낳았다. 안 건강 전문가이자 판매 주체가 되는 안경사의 역할도 상당히 축소됐고, 과독점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위력에 한국의 우수한 제조 인프라도 빛바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콘택트렌즈 제조 강국이다. 세계적인 강소기업이 다수 있으며 전 세계로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콘택트렌즈 제조사들은 미용 목적의 컬러렌즈 제조를 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의료기기로서 안정성을 고도화하면서 섬세하게 디자인과 조색을 해내는 능력은 해외 제조사·제약사가 갖추지 못한 특별한 능력이다.

컬러렌즈는 의료기기에 해당하지만 시력교정의 기능에 다양한 홍채 디자인과 컬러가 더해져 최근 주요 코스메틱 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시장은 유통 규제로 인해 시장이 위축돼 있어 세계적인 제조사들이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경쟁하며, 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이다.

우리나라 콘택트렌즈 시장의 폐쇄적 유통 환경으로 시장 볼륨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며 일본에 비해서도 시장 규모가 5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반대로 제자리만 찾아간다면 국내 시장도 금방 2배, 3배 이상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컬러렌즈는 의료기기이자 뷰티 아이템이라는 독특한 특성으로 뛰어난 제조 능력과 우수한 콘텐츠를 보유한 대한민국이 세계 산업을 주도하며 표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 내 한국 콘택트렌즈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 시기에 전문가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개방될 필요가 있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참여한다면 제조사부터 우수한 콘텐츠를 가진 브랜드, 지역 안경원, 소비자까지 탄탄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로 확장하고 K뷰티, K의료기기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준 윙크컴퍼니 대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