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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초를 최고로 이끄는 열쇠 '지식재산'

김시형 특허청장 직무대리
김시형 특허청장 직무대리

페이턴트 모토바겐(Patent Motorwagen)은 1885년 독일인 칼 벤츠가 제작한 세계 최초 자동차로 '특허받은 자동차'를 의미한다. 이전에도 여러 형태의 자동차가 존재했지만 이 차가 세계 최초로 인정받는 이유는 처음으로 특허를 받고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칼 벤츠는 자동차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창립자로 성장한다. 최초 특허를 디딤돌 삼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140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 시장은 벤츠가 주도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탄소중립 핵심기술로 떠오른 이차전지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됐으며, 선진국들은 자국 기업과 연구자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세제, 금융 등 전반에 걸쳐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주요국들이 양질의 특허가 혁신의 성과물인 동시에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원천임을 인식하고 더욱 적극적인 지식재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차전지를 비롯한 12개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다방면으로 초격차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지식재산 측면에서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R&D 부처 및 연구계와 공유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우리기업 핵심특허 선점 지원을 위해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 등으로 우선 심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분명 고무적인 성과라 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기술패권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식재산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는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심사는 우수기술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행정서비스로, 기술투자와 사업화의 출발점이자 모든 지식재산 정책의 토대가 된다.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특허출원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심사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 충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허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 우수한 퇴직 연구 인력을 전문심사관으로 대거 채용해 기업 수요에 응답하고자 노력해 왔다. 앞으로는 모든 국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유연하게 심사인력을 충원하고 심사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식재산 행정의 근간인 심사 기반 확충과 더불어 미래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산업재산 정보의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를 기회로 삼아 지식재산 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연구개발을 효율화하고 경제안보를 확립하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먼저 세계 5억8000만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이를 유망기술 발굴과 R&D 전반에 활용하면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핵심특허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첨단기술 분야 최신 동향이나 보유기업 DB와 같은 지식재산 정보를 경제안보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관계부처 간 협력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의 기술유출을 사전에 차단해 국부 손실을 막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2018년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는 일찍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지식재산을 통한 기술혁신'에서 찾은 바 있다. 이제는 새로운 지식재산 창출에 더해 축적된 '지식재산 데이터'를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혁신의 열쇠로 적극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21세기 번영을 향한 우리의 지식재산 정책은 핵심특허 선점을 위한 '최초'의 지식재산 확보전략과 지식재산 데이터를 활용한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 전략을 동시에 담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시형 특허청장 직무대리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