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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35〉하와이와 IT기업 이야기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흔히 하와이하면 휴양과 아름다운 대자연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50여년 전 하와이에서는 세계 최초의 무선 데이터 통신망 '알로하넷'이 출범했고, 그것은 현대 무선 데이터통신의 원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당시 하와이대에서 연구하던 노만 아브램슨, 토마스 가더, 프랭클린 쿠오, 슈린, 웨슬리 페터슨, 에드워드 웰던 등은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무선으로 교환하기 위한 망을 설계했다. 그것이 오늘날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효시가 된 것이다. 알로하넷은 인터넷의 아버지격으로 대접받는 미 국방부의 아르파넷보다 이른 시기에 데이터 송수신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세계 전자전기 분야 연구자의 연맹체인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와 하와이대는 지금도 알로하넷을 개발한 주역을 기리고 있다.

하와이가 배출한 IT관련 주요 인물도 여럿 있다. 먼저 스티브 케이스 전 아메리칸온라인(AOL) 회장이다. 그는 1990년대 첨단 온라인 매체였던 아메리카온라인을 방송, 영화 콘텐츠의 대표격인 타임워너와 결합한 AOL-타임워너 초대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 하이텔이나 유니텔과 유사한 서비스였던 아메리카온라인은 인터넷 등장으로 점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콘텐츠 기업과 손을 잡을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케이스는 방송통신의 융합이 미래 트렌드가 될 것임을 간파하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업결합을 이뤄낸 것이다. 이 결합은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방송통신융합 관련 법제의 정비와 넷플릭스와 같은 융합매체의 등장에 영향을 준 이벤트로 기억되고 있다. 하와이의 명문가 출신인 그는 자신의 모교인 푸나호스쿨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푸나호스쿨은 오바마 대통령을 배출한 하와이 최고의 사립학교 중 하나다. 그가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하와이에서 배운 다문화주의는 후일 이민 개방 정책을 지지하는 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하와이와 인연이 있는 다른 기업인은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야르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란계 미국인으로서 1995년 경매형식을 도입한 온라인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이베이를 창업하고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를 쌓았다. 오프라인에서나 가능할 법한 경매 방식을 온라인에 직접 구현한 이베이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세계 상거래 지형을 바꿔버렸다. 비록 하와이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푸나호스쿨을 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낸 추억을 갖고 있는 오미디야르는 하와이로 돌아와 일종의 독립언론, 시민참여 언론인 '호놀룰루 시빌 비트'를 창간한다. 지금까지도 독립언론에 관심을 많이 갖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오미디야르는 사회참여적인 경영자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

유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 하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를 패킷이라는 단위로 잘게 쪼갠 다음 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오류를 점검하는 CRC 통신규약을 개발한 학자도 하와이대 소속의 웨슬리 페터슨 교수였다.

여유롭고 다정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있는 하와이에서 첨단 정보기술(IT)을 개발하고 사업화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카카오를 비롯한 IT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데, 앞으로 혁신적 IT를 실험하고 적용해보는 곳으로 제주도같은 곳은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된다. 더 넓게 생각해 보면, 고립이라는 지리적 여건이 오히려 도전을 자극한 하와이의 모습은, 남북분단으로 섬과 같은 지리적 여건을 가진 우리나라가 세계적 IT 선진국이 된 모습과도 오버랩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