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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의 테크와 사람]〈30〉빅테크와 작은 혁신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주로 플랫폼 서비스를 바탕으로 첨단 정보기술(IT)를 선도하며 주가가 상승한 기업을 빅테크 기업이라지칭한다.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한 때 빅테크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졌으나, 이후 주가가 부진했던 기업을 빼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추가한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가 주목받았다. 빅테크 기업의 의미는 다른 나라까지 확대돼 한국의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징둥닷컴 등 기업까지 포괄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작게는 수 만 명, 많게는 수 십 만 명까지 고용하는 빅테크 기업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도 시장선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성공 여부에 냉소적이었던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해 리테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확장했다가, 재고와 배송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했던 클라우드 서비스를 IT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함으로써 리테일 부문보다 훨씬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아마존이 좋은 사례다.

그런데, 코로나19 국면이 점차 안정화되며 빅테크 기업도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배달업을 IT기반 중개업종으로 전환시키며 급성장했던 배달의 민족·요기요 등은 최근에는 경기위축과 그로 인한 배달 주문의 감소, 경쟁업체 등장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반면, 윈도 운영체제 성공 이후 마땅한 모멘텀을 찾지 못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더십 교체 이후 성장세를 기록하다가, 주요 주주로 투자했던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를 발표하고 세계적 열풍을 이끌면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앞을 내다보는 선제 투자는 기업의 미래를 바꾸고 소비자의 취향을 새롭게 정의하는 혁신을 일궈내게 된다.

필자는 지금 학회 참석차 일본의 한 지방 도시에 와 있다. 여전히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문화와, 편의점 계산대에 지폐를 넣는 기계가 있어 거기에 돈을 넣으면 거스름돈을 돌려주는 서비스를 경험했다. 왜 QR코드나 안면인식, 또는 삼성페이와 같은 MST/NFC 지불방식보다 여전히 현금지불을 많이 하고, 그것을 기계화하는 방식을 선택했을지 궁금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코로나19로 일본에서도 비현금 지급방식인 전자머니, 신용카드, QR결제 등 비중이 급증했지만 여전히 현금 비중이 크다고 한다.

그런데,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혁신들이 무척 많이 녹아들어 있다고 느꼈다. 나무젓가락을 받았는데 안에는 작은 이쑤시게까지 들어있어 기발함이 웃음을 자아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제품의 다양성이었는 데, 삼각김밥이 해조류를 이용한 제품 등 20종이 넘게 진열되어 있었으며, 밥 위에 뿌려먹는 ‘후리가케’ 중에는 한국의 김을 주원료로 한 것까지 있었다. 가격도 한국보다 싼 것이 적지 않았다. 여행온 한국 관광객들은 다양하고 저렴한 일본 편의점의 상품을 구매해 즐기고 있었다. 이게 인구수 차이, 시장 규모 차이 때문에 생긴 다양성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일본의 편의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빅테크의 난관 극복도 어쩌면 작은 혁신의 길을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빅’테크 기업이라고 해서 꼭 혁신이 ‘클’ 필요는 없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 선제적으로 혁신하는 것. 빅테크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기업이 한 번쯤 고민해볼 부분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