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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의 테크와 사람]<16>수능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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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또 한 번의 불수능이었다. 가채점을 해 보고는 많은 실수를 한 자기 자신에게 실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보이는 반응이다. 수능을 치르는 날이면 주요 기관의 출퇴근도 늦춰지고, 항공기도 숨죽이며 이착륙을 멈추고,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수능장으로 총알같이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류 대학을 보내기 위한 불꽃 튀는 입시경쟁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대만·싱가포르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대학입시가 인생을 좌우하는 분기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일부 학부모 사이에 아이비리그나 빅텐 대학을 보내기 위한 경쟁이 의외로 치열하다. 만약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완전히 바꿔 학부 교육 전면 평준화를 한다 해도 계층 사다리를 올라서는 데 유리하다고 느껴진다면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해외 명문대학을 향해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암기 위주 일제고사 형태의 수능시험은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매년 반복되는 이 질문에 안타깝게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워낙 첨예한 경쟁이 이뤄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다수가 수긍하는 잣대를 찾기 마련이고, 그러한 모색 속에서 출현해 유지되는 제도가 바로 수능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능 일변도의 입시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실현되고 있지만 여전히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열심히 공부한다-좋은 대학에 간다-좋은 직장을 잡는다-경제적 안정이나 자아실현을 이룬다'는 가상의 연결고리에서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다. 설령 좋은 대학에 간다 하더라도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는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의 길에 들어선 청년들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좋다'고 하는 직장이 개인에게도 '좋은' 직장일 확률은 의외로 높지 않다는 점이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삶을 추종하는 것은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수능에서 원하는 만큼의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해도 그것은 인생에서 잠시 겪는 덜컹거림일 뿐이다. 그보다 더 큰 도전과 시련은 예고 없이 또 찾아올 것이다. 당장에는 눈앞의 대학 진학만 보이는 게 당연하지만 그보다 긴 시야에서 인생을 설계해 보려는 몸부림이야말로 중요하다.

대학 진학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먼저 세상에 대한 직간접 경험을 늘려가는 게 미래의 자기 자신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눈앞의 생존을 위한 아르바이트도 세상에 대한 직접 경험이고, 전국에 널려 있는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주제의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것은 훌륭한 간접 경험이 된다. 여기에 미래의 우리 삶을 좌우하게 될 또 다른 제2외국어, 즉 컴퓨터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해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언어 자체를 공부하려 하면 교재 몇 페이지를 공부하다 포기하기가 쉽다. 차라리 간단한 문제를 해결해 보는 '따라해보기형' 온라인 강의나 도서를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매년 입시 시즌만 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안타까움에 기성세대로서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곤 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려움에 무릎 꿇지 않고 스스로 끊임없이 일으켜 세우는 회복탄력성이야말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중요한 역량이라는 점이다. AI 시대에도 이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마음이 심란한 청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