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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의 테크와 사람]<8>습관을 점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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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을 사용하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일까. 정보탐색 욕구일까, 오락의 욕구일까. 많은 연구가 나와 있지만 가장 강력한 동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습관이다. 눈만 뜨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가 됐다. 오늘 일정이나 가족 생일을 담아 두는 보조 기억장치일 뿐만 아니라 날씨나 해외 증권시장 종가를 체크할 수 있는 정보 공급원이기도 하며, 지난 주말에 친구가 추천한 맛집 정보를 찾아보는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모든 이유가 없는 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눈만 뜨면 스마트폰을 연다. 이게 바로 습관의 힘이다.

'토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앱이 꿈꾸는 것도 바로 '습관'을 점령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송금하고 저축하며 대출받는 용도로 쓰이는 금융앱이 왜 만보계 기능을 장착했을까. 왜 이용자가 원하는 브랜드의 할인쿠폰 같은 걸 제공하는 걸까. '토스'를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서 일종의 일상생활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함은 아닐까? 재밌는 현상은 상당히 보수적인 기성 금융권에서도 자신들의 앱을 일상생활 플랫폼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다른 금융사의 계정까지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홍보하면서 동시에 건강이나 취미활동 같은 일상에 관한 정보와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관련 커뮤니티까지 연결하기도 한다. 부동산 정보나 중고차 정보까지 제공하고, 직접 거래를 중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적극적인 움직임은 아마도 소비자 일상에 침투하지 않으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습관을 정복하려는 힘은 소셜커머스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쿠팡은 수백만명의 유료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OTT, 즉 언제 어디서나 방송·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제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전용 콘텐츠도 제공하고, 국가대표 축구팀의 국가 간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등 미디어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로 떠올랐다. 쿠팡이라는 소셜커머스로 경제생활을 장악했다면 쿠팡플레이라는 OTT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생활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바로 일상의 플랫폼이 되려는 것이다.

한 개의 아이디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을 넘나드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여러 OTT 이용료를 지급하느라 텅 비어 가는 지갑을 보면 가끔 허탈감과 공허함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말로 된 '오징어게임'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전 세계 플랫폼 이용자들과 함께 감상하는 묘한 쾌감은 이제 우리도 주변이 아닌 중심국가라는 자부심과 묘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습관적 미디어 사용에 문제는 없는 걸까. 물론 있다. 유료 플랫폼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살금살금 사용료(구독료)를 올리고 있다. 매월 지불하는 금액도 부담이지만 한 번 가입하면 최소 수년 동안 사용하는 플랫폼은 우리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특정 미디어에 많이 의존할수록 그 미디어에서 이뤄지는 사기나 스팸에 속아 넘어갈 확률적 취약성은 오히려 높아진다고 한다. 아룬 비슈와나스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가 특정 소셜미디어를 습관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을 분석했더니 거기서 횡행하는 스팸이나 사기성 메시지에 속아 넘어갈 확률이 오히려 높았다. 깨어 있는 소비자만이 습관의 마술에 홀리지 않고 현명한 IT 소비를 할 수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