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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의 테크와 사람]<5>인공지능 시대의 기초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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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미국, 싱가포르, 한국 등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한 지 거의 20년이 다 돼 간다. 필자가 연구하는 소셜데이터 분야는 지극히 작은 분과였으나 이제는 어엿한 교육 연구의 중심 영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배경이 다양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AI) 기초, 사용자경험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대학 강의실에서 직접 배우는 것은 평생을 살아갈 지식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정해진 시간표에 정해진 학습 분량만 공부하던 체계적 방식의 학습은 대학에서 완전히 뒤바뀐다. 비록 커리큘럼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개 과목이 선택지로 주어지지만 교양 과목, 타과 수강 과목 등을 빼면 내가 소속된 전공에서 얻어가는 지식 자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자기주도성이라는 엔진 없이 대학 생활을 하다가는 덧없이 흘러가는 4년이 될 뿐이다. 놀랍게도 요즘 대학생은 자기주도성이라는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경우가 예전 학생보다 많이 늘었다. 해외 어느 대학생과 비교해도 오히려 더 낫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더 나은 성적, 더 나은 직장을 향한 목표 의식을 일찌감치 더 선명하게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코딩교육의 경우 이러한 자기주도성의 힘은 절대적이다. 코딩은 기본적으로 논리체계이자 기호체계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파이선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꺾은선 그래프를 그려내 보고 싶다'와 같은 구체적인 도전 과제가 없이는 너무도 귀찮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 시간에 모든 코딩을 한 줄 한 줄 다 봐 주면서 강의할 수도 없다. 따라서 학생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한 문제 한 문제 도전해 나가지 않으면 단 한발도 나갈 수 없는 영역이 코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은 클릭 몇 번으로 머신러닝 모델을 돌릴 수 있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도 점점 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어 예전만큼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온라인에는 무료 코딩교육이 넘쳐난다. 결국 개인의 자기주도성과 목표 의식만 갖춰진다면 AI 시대 기본 역량인 코딩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AI 시대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라는 젊음의 특권이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 세계적인 AI 대가들의 특강이 끝난 뒤 청중 측에서는 대개 AI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런 때면 독서·여행 같은 직간접 경험을 늘리라는 얘기가 답변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캘리그래피에 빠져 자신만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중시하는 철학을 갖게 됐듯 우리 학생들도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한국인의 유전체 분석 결과로 볼 때 이웃 나라들과 얼마나 가까운지 알아보고, 국내에는 왜 수천 개의 고인돌이 있는지 직접 답사를 다녀보고, 파고다공원에 가서 노인분들과 담소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아르바이트로 세상의 찬바람을 느끼며 주경야독하는 학생도 적지 않은 이 시대에 이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학생은 이미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직간접 경험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요지는 생존을 위해서든 아니든 캠퍼스 밖 세상과 산업 현장, 미술작품 등이 자극하는 오감의 신호를 밀도 있게 경험해 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향상된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는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토양이 된다. 그렇게 도출된 '더 나은 질문'은 앞에서 말한 자기주도성의 원천이 되기 마련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