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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칼럼〉부모, 자식이 좋은 것 배울 수 있는 마음 자라게 해야

주현덕 멘탈케어 대표.
주현덕 멘탈케어 대표.

자식이 생기면 부모에게 '좋은 부모'에 대한 의무감과 욕구가 함께 생겨난다. 유전자를 후대에 온전히 남기기 위해 자식에게 좋은 것들을 강박적으로 제공하도록 부모의 뇌가 그렇게 바뀌는 덕분에 인간이 번성할 수 있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렇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집중된다.

부모의 그런 바람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좋은 것'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내용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서 문제가 생긴다. '좋은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인지, 부모에게 좋은 것인지 헷갈리는 일이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자녀와 부모에게 좋은 것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자녀와 부모가 좋은 것이 서로 너무 달라서 갈등이 생긴다. 부모도, 자식도 자기에게 좋은 것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포기를 해도 마음에 미련이 앙금을 남긴다.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거나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다'라고 부모들이 말하지만, 그게 확실하게 자식에게 이득이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 득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고, 의미 없는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미래의 세상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학교에 훈육의 명분을 내세워 학습에 부진하고 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수시로 때렸다. 그걸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처럼 강조하면서 우리에게 가르친 것 중에는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고, 이미 너무 낡아빠진 것들도 많았다. 교사들은 대걸레와 방망이로 학생들을 때리면서 학생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산을 가지고 힘을 모았을 것이다.

[에듀플러스]〈칼럼〉부모, 자식이 좋은 것 배울 수 있는 마음 자라게 해야

어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주산을 못 한다고 따귀를 맞았던 학생 중에 나도 있었다. 이미 계산기가 나와 있었는데도 교육자들은 주산이 학생들의 미래에 필수적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남의 그 귀한 자식들을 그렇게 때리면서 양심의 가책에 시달렸을 것이다.

지금 부모들이 자식에게 좋은 것이라고 믿는 것 중에도 '주산'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도움이 되지만, 못한다고 해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학원이라는 효율성 시스템을 통해서 남들이 만들어놓은 경험을 머리에 주입하는 훈련을 한다. 아이들 본인이 직접 선택하고 겪는 과정의 더딘 속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별의별 학원이 다 있고, 한 아이가 여러 개의 학원에 다닌다. 그만큼 우리의 아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 더 아는 것이 많고, 다양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학습의 즐거움이나 자발적 학습 능력, 능동성, 책임감 같은 것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부모가 나름대로 더 좋은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더라도 부모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 본인이 직접 경험해야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것들은 부모의 조바심과 염려를 통해서도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랑에 실패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 좌절과 배신을 견뎌내는 것, 혼자서도 진실을 지켜내는 것, 성실함이 보답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는 것, 더 높은 가치를 위한 희생을 감당하는 것, 용기와 자만을 구분하는 법, 남들을 짓밟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법은 없다는 것과 같은 지혜는 본인이 직접 경험해야만 한다.

학원에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경험하면서 내면화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그런 것들을 더 잘 내면화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좀 더 많이 공감하고 대화하고 자식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표현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부모가 좋은 삶을 살면서 행복을 누리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느끼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교육은 없다.

◆주현덕 대표=자기관리, 스트레스 대처, 행복의 심리 멘탈케어 전문가. 현재 하이브 등 대형 연예기획사 멘탈케어 고문을 맡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멘탈케어 고문도 역임했다.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