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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혁신적 기술·과감한 투자로 위기에서 새로운 도약으로

김경상 하버드 의과대학교수·딥테크챌린지위원회(DCP) 위원
김경상 하버드 의과대학교수·딥테크챌린지위원회(DCP) 위원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슈가 단순한 안전 문제를 넘어 전기차 포비아(phobia)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배터리 화재 위험, 열폭주 현상, 화재 진압의 어려움 등이 사회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신형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시장 위축을 초래하고 있으며,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전반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래 산업으로 공들여온 이차전지 분야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 퍼지고 있다. 당장의 전기차 수요감소는 불가피 하겠지만 산업 자체의 위기라고 필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의 본질은 배터리 안정성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은 다시 성장하는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다.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에스비티엘첨단소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전략기술 테마별 프로젝트(Deep-tech Challenge Project:DCP)'에 2023년 12월 선정돼, 국가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이차전지 분야의 열폭주 예방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DCP는 기업생태계 차원의 기술적 핵심 난제에 중소벤처기업이 선제적으로 도전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2023년부터 시작했다. 그간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은 성공률이 9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반면, 혁신기술의 사업화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었다. 이에 따라, 도전적 R&D를 과감하게 지원하고자 DCP는 혁신적 R&D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첫째, 기업계 등 민간으로부터 기술수요를 발굴한 뒤 기획·고도화해 도전적 목표를 설정한다. 둘째, 민간투자와 연계해 최대 100억원 규모 대규모 R&D를 지원한다. 셋째, 투자방식 R&D를 병행해, 출연방식 R&D 대비 자유로운 활용을 보장한다. 넷째, 실패 부담을 완화하고, 우선손실충당, 콜옵션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참고로, DCP는 2023년 말 처음으로 2개 프로젝트가 선정돼, 이차전지 화재폭발방지 소재 기술, 최소침습 유연수술로봇 기술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지난 6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혁신도전추진특별위원회'에서 DCP가 제도적 장치, 과제 혁신성 등이 인정돼 '혁신·도전형 R&D사업군'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PM 운영, 성공·실패 등급폐지 등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DCP는 시스템적으로 잘 설계되어 있지만 앞으로 해외진출 및 시장 가치 창출을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첨언하고자 한다.

첫째, 정밀한(Pinpoint) 문제 설정이 필요하다. 잘 정의된 문제는 최종 목표와 목적이 매우 명확해야 한다. 현재 기업 생태계의 핵심 병목 구간에 해당하는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도전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여기서 미충족 수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해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고 있는 시장이 형성된 수요를 의미한다. DCP 과제에서는 기술 발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수요의 시장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역량 있는 기업을 잘 선정해야 한다.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혁신기술 스타트업, R&D 전문회사, 벤처캐피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팀을 엄선해야 한다. 또 전문성과 역량이 충분하다면 해외 연구기관도 함께 R&D를 진행할 수 있다.

셋째, 선정된 팀이 유망한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민간, 정부 합동 지원금의 규모가 커야 한다. 대규모 자금 지원은 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진다. 이 때 과제의 내용과 지원금 규모가 클 경우 소규모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 보다 전문가 그룹과의 컨설팅 통한 전략적 계획 수립에 공을 들여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설계도를 잘 만드는 것도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생태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리 대응해 문제를 해결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넷째, 도전의 결과를 잘 관리해야 한다. 최종 결과는 성공과 실패의 원인 분석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고, 실패했다면 과정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성패의 기준을 잘 정의하여 결과를 철저하게 정리하고 경험을 갖춘 사람을 남겨서 다음 도전의 자양분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제2, 제3 도전이 많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중기부가 KAIST와 공동으로 개최한 '2024 중소기업 혁신 네트워크 포럼'에서는 AX, 딥테크분야 기술혁신, 글로벌 R&D 등 정부의 정책 고민과 관련 전문가간 의견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이런 포럼을 통해 앞으로도 현장 전문가 목소리를 경청하며, 정책과 현실 간 괴리를 메워가기 바란다. DCP가 우리나라 기술의 한단계 도약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경상 하버드 의과대학교수·딥테크챌린지위원회(DCP) 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