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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포럼] AI 혁명으로 닥쳐오는 에너지 해결책은?

배순훈 KAIST 발전재단 이사장
배순훈 KAIST 발전재단 이사장

올림픽 구경한다고 파리에 온지 두 달째 접어든다. 오랜만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은 한국 젊은 올림픽 선수들의 활약상이다. 50년 전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하던 홍수환 선수 이래 우리 스포츠 계는 많이 변했다. 세계경쟁에서 우리 젊은 이들의 당당함은 놀랍다. 세계화인가? 아니면 지역 특성화(Localization)인가? 프랑스 나폴레옹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 앞 광장에서 열린 양궁대회에서 세계를 제패한 한국 선수들은 어떤 마음으로 서양 활을 쏘았을까? 한국 전쟁에서 춥고 배고프게 살아 남은 이 원로 세대에게는 13세기 칭기즈 칸이 유럽을 정복한 이후 최고의 쾌거가 아닌가 하면서 우리 젊은 세대에게 감동했다. 하긴 프랑스 선수들도 유도에서 일본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긴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인 여성 탁구 선수들이 프랑스, 캐나다 국적으로 뛰고 있다. 이젠 우수한 선수들에게는 국적 선택이 쉬워졌다. 올림픽 대회는 어떤 경쟁인가? 새롭게 정의해야 할까 보다.

그런 세계 경쟁이 어디 스포츠 분야에서뿐인가? 1990년대 말 IMF 경제 위기에서도 고속 망 확산에서 세계를 리드하기 시작한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은 인공지능(AI) 산업혁명에서도 세계를 앞서가려 하고 있다. 의사들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 당분간 대학 증원 없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를 유지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수준으로 앞서가려면 당연히 대학 정원도 늘려야 한다. 이미 많은 유능한 의사들이 세계로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국내에서 독점체재를 주장하는 전공의들은 무엇을 달성하자는 것인가?

빅데이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AI는 전기를 먹고 산다.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전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폭발적인 수요증가에 대한 근본적이 대책이 필요하다.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는 어떡하고? 북 유럽 국가들이 주장하는 RE100과 같은 근본적인 에너지 보존 정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데 익숙한 인류 사회에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이 유일한 대안이 되어 버렸다. 대량소비를 앞서가는 미국에선 선도 AI 업체들이 원자력 발전 기술에 심각한 투자를 시작했다. 경제적인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과 편리성이 문제다.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이래 과학 기술적인 해결책은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했던 원자탄의 역사 때문에 세계는 원자력에 관하여 심각한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AI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기 수요를 경제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유일한 증명된 방안이다. 그러나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프랑스와 같이 안전하고 경제적인 운전 경험을 오랜 기간 축적해야 세계 금융계의 신용을 얻을 수 있다. 세계화 이후의 세계는 이젠 무역전쟁이 아니라 에너지 전쟁을 하고 있다. 전기 에너지는 증명된 기술로 안전하고 저렴하게 중단 없이 공급해야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

첨단기술 AI 인재들이 활약 기지를 유치하려면 첫 번째 조건이 저렴하고 안정된 전기 공급이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원자력 발전 기술(SMR)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자력 발전에 적극 나서면 어떨까?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현재 발전 용량은 원자력 발전(기당 1000MW) 125기에 해당한다. 한국이 기존 25기를 제외하고 신규 원자력 발전소(AP1400) 70기 건설 사업을 시작해 1000억달러를 투자하면 세계 기후변화 대책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 이미 프랑스의 퐁피두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 40기를 건설하겠다는 발표로 세계가 놀랐다. 지금은 프랑스가 단연 원자력 발전에서 세계를 앞서가면서 탈원전을 한 독일에 중요한 비중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1970년대 경제학자 슈마커(E. F. Schumaker)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면서 물이 부족했던 인도에 풍차 양수 우물을 제안했다. 북해 유전 개발로 산유국이 된 북 유럽 국가들은 풍력,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를 위주로 RE100을 주장하고 있다. 인류 사회가 심각한 기후변화 때문에 탈탄소경제를 하려는 시기에 세계 금융계는 대안을 찾고 있다. 최근 한수원은 프랑스 원전과 경쟁해 체코원전 수주에 성공 하면서 원자력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이 대안일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는 원자탄 개발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북한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협 때문에 사드(THAAD)를 배치하겠다는 한국에 무역제재로 공격하는 중국이 있다. 세계 텔레비전, 자동차 시장을 한국에 뺏긴 것처럼 생각하는 일본의 시선도 곱지는 않다. 미국이 중심으로 G5가 협약한 NPT에 한국은 아직 가입을 못하고 있다. 서양의 활이더라도 호흡을 잘 조정해 과녁을 맞추는 한국 선수들에게 당연히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고 세계 경쟁 규칙이라면 극심해지는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인류에게 한국이 제안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외면할 수는 없다. 과연 한국은 어떻게 인류 기후변화 대책에서 금메달을 따려 하는가?

배순훈 KAIST 발전재단 이사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