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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술이 곧 장벽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애플 신형 아이폰에 들어갈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전량 공급한다는 소식이다. 아이폰 중에서 가장 비싸면서 인기가 있는 아이폰16 프로와 프로맥스 2종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연간 4000만대씩 납품할 것이란 내용이다. 애플 아이폰에 국내 기업이 만드는 OLED가 적용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주목되는 대목이 있다. 애플 디스플레이 협력사이자 국내 업체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중국 회사가 허들에 걸린 모습이 보여서다.

애플은 아이폰 프로 모델들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TPO는 디스플레이 구동회로(TFT)와 관련된 것으로, 고해상도와 저전력이 특징인 기술이다. 쉽게 설명해 이 OLED를 쓰면 스마트폰 화면을 더 밝고 선명하게 만들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어 배터리를 오랫동안 쓸 수 있다. 어제보다 더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하는 제조사로서는 매력적인 동시에 꼭 필요한 디스플레이다.

애플은 LTPO OLED를 만들어 공급해줄 곳을 찾았다. 이를 충족해 줄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뿐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업계 최초로 LTPO OLED를 개발하고 삼성전자에 공급한 경험을 갖췄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에서 쌓은 기술을 토대로 LTPO 패널을 상용화해 애플 눈높이를 맞췄다. 중국 업체도 OLED 시장에 진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아직 이 기술을 상용화하지 못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LTPO라는 기술이 진입 장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 사진=애플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 사진=애플

LTPO OLED 사례는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애플은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퀄컴, 인텔 등에서 구매하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를 직접 개발했으며, 디스플레이 역시 의존도를 분산시키기 위해 다변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삼성과 LG 외로 더 확장하는 데는 한계에 이르는 분위기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2개 모델에만 LTPO를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4개 모델 전체에 LTPO를 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대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이루면 수많은 경쟁과 견제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초격차론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놓고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우리 기술력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있으면 차이는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