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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계 내분 끝내고 한 목소리 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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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사태가 50일을 훌쩍 넘으면서 의료 현장 곳곳이 혼란을 겪고 있다. 4·10 총선이 끝나면서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의료계 내부 갈등만 커지는 모양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1만2천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는 제목의 기고를 링크하고 본문 일부를 인용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기고문을 인용했다. 의대 교수들을 '착취사슬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올리며 교수들을 간접 비판한 셈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의대 교수를 비롯한 의사들 중 일부가 박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들에게 가해지는 정부로부터의 폭력에 교수들도 더 이상 참지 않고 저항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사직서 발효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박단 위원장 포스팅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면서 “직접 쓴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문단을 복사해 넣은 것은 그 부분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이 워딩의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올렸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자기 지지 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은 윤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다”면서 “사제지간이 아닌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 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전공의 이탈 사태도 길어지면서 의료 현장은 대혼란이다.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메꾸는 의대교수들의 피로도는 갈수록 심화하고, 간호사와 지원인력 부담도 극심하다. 병원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고, 제약업계와 임상시험 등 유관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수술과 진료 축소로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면서 가장 고통받고 있다. 이제는 이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의료계 내부부터 정비하고, 한 목소리로 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사분오열된 상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