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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중처법 유예' 위한 中企의 간절한 호소, 정치권은 응답하라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 법안 처리 무산은 중소기업계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국회는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했고, 중처법은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사실 중처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경제단체를 비롯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모두 반대했다. 통상적으로 법을 만들 때는 이해당사자 의견을 듣고 조정과정을 거치는데, 중처법은 기업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며 통과됐다. 그 결과 산업재해 예방보다는 사업주 처벌에 집중하고, 실질적 안전관리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업들을 산업재해 발생 후 사후 면피를 위한 서류 작업에 매달리게 만드는 법이 탄생했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기업도 준비하기 어려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만성적인 인력난,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규모 사업장에 구축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인이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영세한 소기업, 소상공인들도 많다.

게다가 중처법은 그 목적이 산업재해 '예방'에 있는지, 사업주 '처벌'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처벌 수위가 가혹하다. 예를 들어, 사업주 처벌내용은 '징역 1년 이상' 하한 규정, 10억원 이하 벌금 부과, 법인 벌금 부과 양벌규정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라도 있는 경우 사업주는 고의가 아닌 과실임에도 감옥에 가거나 회사 경영에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또 중처법 제4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규정 내용이 불명확하기에 자의적인 법 집행에 따른 사업주의 처벌 불안감은 높기만 하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보니 작업 현장에서 안전장비 도입, 구체적 안전교육 등 최대의 안전 조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근로자 과실,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기업 규모와 근로자 수,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산업재해 특성상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사업주 입장에서는 막막하기만 하다.

상황이 엄중하다 보니 중소기업계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중처법 시행으로 인한 어려움과 부작용을 호소하고 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기 위해 중소기업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것이다. 지난 1월 31일 국회에서 3500여명, 2월14일 경기도 수원에서 4000여명, 19일 광주에서는 5000여명, 지난달 14일 부산에서는 어선어업,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민까지 동참해 6000여명이 중처법 유예를 향한 간절한 의지를 모았다.

중소기업인과 영세소상공인들에게 하루하루는 생계와 직결된다. 그런데도 사업장을 떠나 수만명이 결의대회에 참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소기업인 진심이 없다면 모일 수 없는 인원이다.

국회의 계속되는 외면에 중소기업계는 지난 1일 헌법소원 심판까지 청구했다. 중기중앙회를 비롯 9곳 단체와 전국 중소기업 대표, 소상공인 305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중소기업계도 법을 지키지 않고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헌법소원 심판까지 청구한 것은 정치권의 지속된 외면에 따른 절박하고 답답한 심정의 표현이다.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고, 책임 규정을 명확화해 처벌 면피에 급급하지 않고 실효적인 중대재해 감축 방안을 찾으려는 진심이 담겨 있다.

정치권은 중소기업의 간절한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음달 29일까지인 21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중소기업은 폐업 걱정이 아니라 안전한 일터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과 함께 일하는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21대 국회는 남은 임기 동안 중소기업의 간절한 호소에 뒤늦게라도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