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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데이터의 힘: 바이오 빅데이터가 혁신하는 헬스케어의 미래

필자는 92학번으로 20세기 컴퓨터, 디지털 정보 기술, 인터넷 발달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을 겪었다. 이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로 제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주로 정보기술(IT) 혁신이 이뤄졌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다양한 기술 분야가 서로 융합돼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빅데이터다. 즉 빅데이터를 운용하고 다루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이 사용되고 있으며, 기존에 사람이 해결할 수 없었던 복잡하고 거대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AI가 더욱 정교하고 밀접하게 일상생활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의료 트랜드 변화(자료: 다부처)
의료 트랜드 변화(자료: 다부처)

현대 의학과 헬스케어도 바이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바이오 빅데이터는 환자 유전 정보, 의료 기록, 임상시험 결과 등 거대한 양의 생물학적 및 의료 데이터를 포함한다. 이 데이터의 힘을 활용해 바이오 연구원들과 의료 전문가들은 질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방법을 개발하며, 환자 건강 관리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환자 건강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의 질병 발병 위험을 평가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예방 조치를 취하거나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특히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 관리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박준형 쓰리빅스 대표
박준형 쓰리빅스 대표

인간은 약 30억개 DNA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용량 DNA 퍼즐을 해석하고 맞추는 작업을 통해 각 개인이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필자가 생물정보학을 전공으로 하는 박사과정생이었던 2000년 초반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완료됐다. 이는 인간이 달에 착륙했던 것과 견줄 수 있는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이뤘다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발표하던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한 명의 유전체를 완전히 밝히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과 엄청난 장비, 그리고 수조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명의 유전체를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생산하고 컴퓨터로 분석하는데 일주일이 걸리지 않고, 비용도 100만원가량 밖에 들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장 느리게만 움직이는 바이오 분야가 IT를 접목해 세계 어느 분야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급성장을 시작한 것이다.

올해부터 한국인 100만명의 DNA 정보를 생산하고 해석하는 '국가통합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총 사업비 6000억원이 넘는 바이오 분야에서는 상당히 큰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미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자국민 유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목표는 다양하다. 질병 조기 진단, 예방, 맞춤형 치료 등 개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첫 번째다. 이어 다양한 생물학적, 유전적, 임상적 데이터를 통합해 연구자들이 새로운 의약품, 치료법, 질병 관련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자원을 제공한다. 그리고 인구 건강 추세, 질병 발생 빈도, 헬스케어 시스템의 효율성 분석 등을 통해 공공 건강관리 전략을 개선하고, 보건 정책 결정에 필요한 실증 데이터도 제공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자국민 유전체 프로젝트를 희귀질환 연구에 좀 더 집중했다. 따라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관련된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영국 유전체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0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면서 암,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연구에 좀 더 차별화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같은 회사는 웬만한 국가의 R&D 예산보다 더 많은 연구비를 사용한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인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바이오헬스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블랙홀처럼 전 세계 석학들을 영입하고, 각 국가 규제를 풀기 위해서도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자료: 삼정KPMG·과학기술정책연구원)
빅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자료: 삼정KPMG·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리나라는 앞으로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십만명의 만성질환자에 대한 임상정보와 개인 유전정보를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바이오 빅데이터는 스마트워치, 스마트링과 같은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회사뿐 아니라 제약회사, 건강식품회사, 화장품 회사 등에도 제공돼 100세 시대에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의 욕망을 하나씩 실현해 나갈 것이다. 모든 산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바이오 데이터를 우리나라가 선진국들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바이오라는 단어가 없이는 신규 과제를 수주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나라 전체에 바이오 광풍이 불었다. 그 당시에는 IT 전문회사들이 바이오 분야에 발을 딛는 사례가 꽤 많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바이오 분야에 대한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앞으로 바이오 융합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IT 전문가들이 떠나간 상황이다.

작년부터 세계를 강타했던 챗GPT와 같은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IT 전문가 없이도 기본적인 바이오 지식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할 수 있으며,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 대한 통계적인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도 기본적인 결과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IT와 바이오를 융합한 전문인력의 지속적인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목적에 맞게 적용하는 기술과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앞으로의 바이오 헬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0여년 전에 바이오와 IT를 융합하는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생물정보학이라는 대학원과정이 만들어 졌으나 최근에는 관련 교육기관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와 IT 융합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글로벌 대학 및 연구기관 등과 협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20여년 전처럼 정부와 교육기관, 연구기관, 산업계가 맞물려서 바이오 빅데이터를 이용해 혁신하는 헬스케어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다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박준형 쓰리빅스 대표(부산대 의대 겸임교수) [email protected]



〈필자〉

부산대학교에서 생물정보학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일찍부터 바이오와 IT를 결합한 생물정보학 연구에 매진해 제약사, 병원 등과 바이오 빅데이터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오 기업 인실리코젠에서 본부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2015년부터 2년간 테라젠이텍스 생물정보부 이사직을 수행했다. 2018년 쓰리빅스를 설립해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AI 기반 신약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종묘, 화장품 신소재,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IT와 BT를 접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