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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경계를 허문 AI기술로 뷰티산업을 혁신하라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장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장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그룹 CEO가 첫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드론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설립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주비(Zuvi)'와의 협업 관계를 소개하며 로레알 그룹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했다.

뷰티 기업 최초의 CES 기조연설로 기록되는 이 연설은 최근 뷰티업계에 불고 있는 기술혁신의 바람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단편적인 수준을 넘어 인류가 쌓아온 범주체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해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 규정되던 화장품의 법적 정의나 '화장품을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미는 것'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거한 화장의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뷰티산업 범주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달라진 뷰티시장 분위기는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의 보급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보편화된 뷰티 디바이스는 기존에 사용하던 화장품의 피부 흡수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전문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던 피부 진단과 관리를 대신해주며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 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와 글로벌데이터는 지난해 약 5조3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2030년에는 4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도입은 화장품 제조·품질관리의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 화장품 연구개발 및 제조생산 전문기업 코스메카 코리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화장품 유사 처방 검색 시스템 및 그 방법' 특허를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최근의 화장품 시장에서 빅데이터 기반 기술은 개발하고자 하는 화장품의 실제 처방과 유사도가 높은 기존 실험의 처방을 찾아 제품 제조 이력은 물론 클레임 이력까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고객 개개인의 수요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산업의 변화는 제품 성분과 효능의 향상, 첨단기기의 개발 같은 외형적인 결과물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디자인, 인간 노동력의 투입 방법, 소비자 환경(UI)·소비자경험(UX), 서비스 유형, 소프트웨어(SW), 정보의 활용 방법과 범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정과 범위가 새롭게 통합·재편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의 AI는 단순한 정보 검색과 알고리즘 기반의 예측 수준에서 나아가 인간의 지적 활동인 인지와 추론, 학습 등을 거쳐 빅데이터 속 패턴을 인식하는 딥러닝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청소기 전문 업체로 유명한 다이슨이 두피 온도를 스스로 측정해 드라이어의 열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헤어 드라이어 '슈퍼소닉 뉴럴 헤어드라이어'의 글로벌 론칭 행사를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했다. 전 세계의 뷰티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한국으로 달려왔다.

첨단 기술의 도입이 변화와 혁신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뷰티산업의 열쇠가 될 것인가. 대답은 역시 희망적이다. 산업의 경계를 허문 글로벌기업들과 전 세계 언론이 한국의 뷰티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글로벌 뷰티산업의 리더로 확신하는 세계의 눈을 스스로 부정하는 오류를 범할 것인가, 첨단기술의 도입과 입체적인 적용 방안에 몰두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