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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한국방문의 해, 오픈 루프로 관광객 교통 편의성 증진을

패트릭 스토리(Patrick Storey) Visa Korea사장
패트릭 스토리(Patrick Storey) Visa Korea사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여간 멈춰있던 세계 여행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비자카드 사용자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에서의 여행 소비는 2022년 이미 코로나 이전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아시아 태평양 주요 도시도 70%까지 회복했다. 또 UN의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에 따르면, 2023년 말 세계 관광 지수는 코로나 전의 88% 수준까지 올라왔다. 글로벌 관광이 재개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2023·2024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민관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 이전부터 외국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이었다. 선진화된 인프라와 아름다운 경관, 높은 수준의 미식 경험과 K컬처를 필두로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US 뉴스 & 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23년 세계에서 가봐야 할 최고의 도시'에 선정된 메가시티 서울뿐 아니라 부산, 제주, 경주 등지도 관광객에게 각광받고 있다.

많은 관광객의 주요 이동 수단이 대중교통인 만큼 편리한 대중교통 환경은 관광 인프라에 있어 필수적이다. 물론 한국의 주요 관광 도시에는 이미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결제 편의성에 있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이 자국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를 그대로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또, 공항철도부터 도심 내 지하철과 시내버스, 그리고 광역버스와 KTX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카드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하철 역사 내 무인발권기에서 판매하는 교통카드 1회권은 아직까지도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팬데믹을 거치며 클릭 한 번, 카드 한 장으로 해결되는 원스톱 결제 환경과 디지털 결제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이러한 한국의 대중교통 결제 방식은 불편함으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오픈 루프 시스템 도입된 국가가 표시된 지도 이미지 (2020년 기준) (출처-비자코리아)
오픈 루프 시스템 도입된 국가가 표시된 지도 이미지 (2020년 기준) (출처-비자코리아)

이러한 대중교통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대중교통 업계는 카드나 모바일 페이 등 기존에 사용하던 결제 방식 그대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오픈 루프(open loop)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를 중심으로 오픈 루프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많다. 주요 여행지로 꼽히는 싱가포르, 런던, 도쿄, 방콕, 뉴욕, 홍콩, 그리고 호주의 대도시인 멜버른과 시드니는 이미 오픈 루프 시스템이 보편화됐다. 이러한 오픈 루프 시스템은 EMV 콘택트리스 결제 기술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비자는 지금까지 약 75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콘택트리스 교통 결제 인프라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2023년 기준 16억건에 달하는 콘택트리스 승차 결제를 처리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수치다. 물론 관광객뿐만 아니라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거주자들도 콘택트리스로 승차 결제를 이용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비자가 웨이크필드 리서치(Wakefield Research)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권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 중 57%가 대중교통을 원스톱으로 결제하는 것을 선호할 정도로 매끄러운 결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니즈가 큰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비자는 여러 국가의 대중교통 사업자와 콘택트리스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다. 그 예로 2022년까지 오픈 루프 서비스 도입이 더디게 진행되던 시드니와 싱가포르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as-a-Service:MaaS)가 대대적으로 도입된 이후 교통 결제의 핵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 싱가포르는 매일 평균 640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메가시티로, 거주자와 관광객을 비롯한 수백만의 유동 인구가 오픈 루프의 여러 혜택을 누리고 있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산하의 MSI 글로벌 수석 고문 실베스터 프라카삼(Silvester Prakasam)은 “Visa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충전 등 부가적인 단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장점이다. 비용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어 교통사업자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하며 “팬데믹 이전 매년 약 1000만명의 사람이 싱가포르를 방문했고 대부분이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다녔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새로운 결제수단을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주 큰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비자카드 EMV 관련 서베이 결과
비자카드 EMV 관련 서베이 결과

이처럼 오픈 루프 기반의 EMV 콘택트리스 결제 서비스는 해외에서 이미 새로운 승차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최근 들어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K공항리무진에 EMV 단말기가 도입돼 외국인 관광객이 편리하게 콘택트리스로 도심과 인천공항을 오갈 수 있게 됐다. 발권이나 카드 충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교통 편의성도 크게 높여준다.

한국이 선진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오픈 루프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대중 교통망이 잘 구축되어 있는 만큼, 대대적인 인프라 공사 없이 결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허들로 작용하는 클로즈 루프(closed loop)에 익숙해져 있는 현 상황도 정부의 주도적인 자세로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

오픈 루프 시스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EMV 콘택트리스 결제 인프라가 2023년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비자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한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대면거래 중 무려 40%가 콘택트리스 결제로 이뤄진 만큼 내국인도 콘택트리스 결제에 익숙해지고 있다. 정부와 유관 기업이 협력해 국제 표준을 따르는 교통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관광객과 내국인의 교통 편의성을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나아가 앞으로 선진 관광국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게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사장



〈필자〉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제학 학사, 금융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6년 비자에 입사했다. 비자에서 국제 디렉터(International Director)를 시작으로 미국지사에서 시니어 세일즈 디렉터와 시니어 어카운트 임원직을 역임하며 여러 글로벌 기업과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비즈니스 기획 및 운영과 컨설팅 및 애널리틱스를 차례로 총괄했다. 다양한 시장에서 소비자 금융, 결제, 정보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으며, 2021년 8월 비자코리아 사장으로 취임 후 다양한 국내 고객사와 함께 한국에 혁신적인 결제 및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