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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아가는 대화

현재 한국은 2018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0명대인 초저출산 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출산율은 0.78명이고, 추계치기는 하나 2025년에 0.65명까지 하락한다고 한다.

고령화를 동반한 저출산이 계속될 경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생활도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출산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며,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저출산은 주거와 일자리, 과다한 경쟁과 문화적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한 문제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업무를 하며 늘 신조로 삼고 강조하는 방법이 바로 현장을 찾는 것이다.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말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청년세대를 봐야 미래가 보인다

떨어지는 출산율을 반전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재 청년세대가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통계 자료에는 나타나지 않는 개인의 생활 속 문제와 청년세대의 생각을 알고자 청년세대와 직접 대화하는 패밀리스토밍을 작년 12월부터 진행했다. 패밀리스토밍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Family)'를 결합해 만든 용어다.

저출산·고령화의 해답을 찾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아가는 대화'로 이름 붙이고 자녀가 없는 부부, 남성 육아휴직자, 1자녀 가구, 다자녀 가구, 미혼 청년과 난임 부부 등 다양한 가족을 총 6회에 걸쳐 만났다.

패밀리스토밍을 진행한 결과 참석자가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었다. 간담회 참석자는 “주택 마련을 위한 자금이나 대출이자, 양육 비용 등은 크게 상승했지만 수입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경제적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으로 많은 분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제도가 내실화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청년 세대는 아이를 시설이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는 '내가 기를 수 있기'를 원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오후 4시 이후에 남아 있는 아이가 거의 없어 내 아이만 남아 있을까봐 허겁지겁 데리러 갔다는 경험을 말씀하시면서 “유연근무로 직접 아이를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혼 청년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야근 등 근로 시간이 길어 연애와 결혼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직장과 생활 주변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연애와 결혼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주거와 관련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중 한 분은 매일 만원 지하철에서 왕복 3시간을 보내면 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임신조차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 인근에 교통과 인프라가 갖춰진 위치에 주택이 공급되거나 장기·저리 대출이 지원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미혼 청년도 주거지원이 결혼과 관련해 가장 크게 체감된다고 했다. 무상으로 지원해 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속도와 수준으로 이자 등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는 의견이 지금 세대가 바라는 주거 지원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기다리는 가족인 난임부부를 만났다. 난임 가족, 한국난임가족연합회 관계자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임신·출산 준비 과정에서 난임 가족이 겪는 신체적·심리적 어려움을 들었다. 직장과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결혼과 출산을 미루다 보니 막상 출산할 시기에 본인이 난임인 것을 뒤늦게 아셨다는 분도 많았다. 결혼 연령이 늦춰짐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난임에 대해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건강검진처럼 가임력 검사를 지원해 달라는 의견을 줬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이 행복한 사회

정부는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현재 청년세대가 결혼, 출산, 양육 과정에서 겪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책 체감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정부 지원의 대상을 확대하고, 자녀 수에 비례해 지원하는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 많이 시행되었다.

임산부 및 영유아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임신·출산진료비 바우처를 임신 1회당 100만원에서 쌍둥이는 200만원, 세쌍둥이는 300만원 등 다둥이 임신 시 태아당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지원하는 2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도 둘째 아이부터는 300만원으로 인상해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중증임신중독 등의 질환으로 임원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임산부에게 지원하는 입원치료비 지원의 소득 기준을 폐지했고, 모든 가정이 산후조리비용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 세액공제의 소득기준도 폐지했다.

아동의 돌봄을 위한 정책도 내실화된다. 출생아수 감소에 따른 어린이집 폐원으로 지역 내 돌봄인프라가 사라지지 않도록 정원에 비해 현원이 부족한 0~2세 영아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보육료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2024년도 저출산 대책
2024년도 저출산 대책

초등학생의 방과후 돌봄을 위한 늘봄학교도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돼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이 통합된 놀이 활동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가정을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도 지원 가구수를 2023년 8.5만 가구에서 최대 11만여가구로 늘리고, 2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도 10% 확대된다.

일과 육아의 병행을 지원하는 제도도 개선했다. 부모가 함께 자녀를 돌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자녀가 태어난 후 18개월 안에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첫 6개월에 대해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높여서 지급한다. 동시에 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하더라도 6개월간 최대 3900만원을 지원한다.

2024년도 저출산 대책
2024년도 저출산 대책

중소기업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체인력 확보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직장어린이집 임차를 위한 비용도 지원한다.

혼인·출산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시중금리 대비 1~3% 저렴한 신생아 특례 주택자금대출이 신설됐다. 신청 기준도 완화하여 부부합산 연소득 최대 1.3억원 이하로 적용한다. 2년 이내 임신·출산한 가구를 대상으로 연 7만 호 수준의 특별·우선공급도 3월부터 시행된다.

이와 함께 청약제도도 정비된다. 국민주택의 중복신청 금지 규정을 삭제해 부부 중 먼저 신청한 접수분이 유효하도록 변경된다. 또 결혼 전 배우자의 청약당첨이나 주택소유 이력을 배제하고, 청약통장의 가입기간은 합산하는 등 혼인에 따른 청약 신청에 불이익이 없도록 개정된다.

난임부부들의 요구를 반영해 신선배아 9회와 동결배아 7회로 구분됐던 체외수정의 칸막이를 폐지하고 건강보험 급여 횟수를 통합 20회로 확대했다. 건강보험 본임부담과 비급여 일부 지원을 위한 난임 시술비 지원의 소득기준을 폐지해 난임시술이 필요한 누구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와 동일하게 늘어난 횟수에 맞춰 지원된다.

2024년도 저출산 대책
2024년도 저출산 대책

4월부터는 '임신 사전건강관리 사업'을 도입해 여성에게는 난소기능검사와 여성 초음파 검사, 남성에게는 정액검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확대할 계획이다.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청년에게 모든 아이들이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부담과 비용은 정부가 나눠질 것이란 말을 하고 싶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이 행복한 사회,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도 계속 만들어갈 것을 약속드린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필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1993년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미국 오리곤대 행정학 박사, 2011년 인제대 보건학 박사를 취득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보육정책과장, 인사과장, 보건복지부 나눔정책추진단장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 2013년 대통령실장실 선임 행정관을 역임했고, 2013년 미국 랜드연구소로 파견돼 보건복지 정책을 연구했다. 파견에서 돌아온 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 대변인, 보건의료정책관, 건강보험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코로나19 유행이 발발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 등을 역임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 기간동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을 겸임하며 매주 열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소통 역할을 도맡았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복지부 제2차관으로 승진한 뒤 10월 제1차관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