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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 핀테크와 보험의 만남 '전통과 신생의 인슈어테크 협업'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

'핀테크(Fintech)'라는 용어는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설령 핀테크라는 말이 생경하더라도 십중팔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핀테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핀테크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

핀테크에 조금 익숙한 이들은 대개 결제와 금융을 우선 떠올린다. 가장 보편적인 핀테크 서비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테크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도 핀테크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고, 글로벌 송금과 개인 간(P2P) 금융도 있다. 시장 규모와 파급 정도로 볼 때, 보험 영역도 빼놓을 수 없다. 보험에 특화된 핀테크는 특별히 '인슈어테크(Insurtech)'라고 부른다. 인슈어테크라고 하면 낯설 수 있어도, 항공권을 구매할 때 여행 보험이나 애완 동물을 위한 보험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험 상품에 가입한 적이 있다면 이미 인슈어테크 소비자일 확률이 높다.

국내 핀테크 업계 전반이 시장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로 새해를 맞았지만, 다행스럽게 인슈어테크 분야는 시장이 활기에 넘칠 수 있다는 한가지 희망이 생겼다. 다름 아닌 올해 선보일 '보험 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때문이다.

보험 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여러 보험회사 상품을 알기 쉽게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7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어 11개 핀테크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계와 협업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에 참여한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 샌드박스에서 보험대리점 등록에 관한 특례가 부여됐으며, 겸영 업무에 관한 별도 사전 신고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보험과 관련한 가격비교 서비스가 등장, 전체 금융 소비자의 70% 이상이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우리는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서비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에 선보인 '보험다모아'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와 활용도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중적 인식을 얻는데 실패했다.

올해 출시될 보험 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은 핀테크 기업의 강점인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신속한 정보 업데이트 등을 바탕으로 상품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금융 소비자의 인지도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보험다모아'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단순하고 제한적인 정보를 극복하고,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해 소구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상품 범위는 온라인 상품으로 한정해 우선 자동차보험부터 적용하고, 이후 의료실손보험, 해외여행보험, 저축보험 등으로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새로운 플랫폼은 표준 API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를 통해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 송·수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며, 관리 감독 부문에서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중소형 핀테크 기업 등 후발 참여 기업의 진입도 어렵지 않도록 배려했다.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혜택은 바로 보험료 절감이다. 보험 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와 보험사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보험사와 핀테크 기업 등 관련 산업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도록 꾸며졌다. 소비자는 보험사나 판매 채널 등을 거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보장을 가장 저렴하게 제공하는 보험 상품을 한 번에 파악하고,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의 강점인 확장성은 금융 소비자가 금융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고,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보험 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이 기존 서비스와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은 다양한 핀테크 기업이 제휴와 연계를 통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일상과 밀접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금융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자연스럽게 고객이 늘면 보험과 핀테크 산업 전반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복잡한 보험 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다른 금융 분야에 비해 플랫폼 개발이나 운영의 난이도가 높아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여 기업의 협업과 플랫폼의 완성도가 매우 중요하다. 공유 정보 내역 확대, 트래픽 증가, 수수료 등의 과제도 남아 있다. 플랫폼 출범 이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지속적이고 세밀한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보험 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은 무엇보다 핀테크 기업들과 보험업권의 첫 번째 합작품으로,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11개 핀테크 기업과 22개 생보사, 18개 손보사 등 참여 기업만 50개가 넘는다.

아무쪼록 이번 플랫폼이 핀테크와 보험업권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인슈어테크 발전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보험 산업에는 혁신의 디지털 물결을, 보험 소비자에게는 최상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필자〉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인하대를 거쳐, 동국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 핀테크 시장의 태동기에 전통 금융회사에서 핀테크 분야로 자리를 옮긴 후, 줄곧 핀테크 분야를 지키고 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초대원장을 역임했으며, 한패스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500개 이상의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핀테크 조직인 한국핀테크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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