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행정전산망 장애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이달 말 발표한다. 종합대책에는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개선 방안도 담길 전망이다. 지난해 말 발생한 행정망 사고는 하드웨어인 라우터 포트 고장과 이에 따른 패킷 유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부터 행정망 사고가 잇따르자 총체적 대책의 하나로 대기업참여제한 제도가 포함됐다.

정부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한도를 두고 고심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00억원 이상을 검토하다가 지난해 말 행정망 사고 이후 700억원, 800억원 이상으로 참여 한도 금액을 조율 중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업계 생각은 다르다. 참여 한도 금액 조정이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개선과 행정망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800억원 이상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누가 보더라도 근본 대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는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대기업이 수행하는 사업이라도 결국엔 중견·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준다. 중견기업이 수행하는 대규모 사업 컨소시엄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즉 사업 참여 한도와 관계없이 결국엔 여러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참여 한도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는 10년 넘게 운영돼왔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제도 실효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간의 성과에 대해서는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평가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참여 한도 조정만으로 제도가 개선될 리 만무하다.

공공 SW 품질 확보와 행정시스템 장애 예방의 본질은 제대로 된 대가 지급에 있다. 대규모 공공 SW 사업의 연이은 유찰은 여전히 공공 사업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수익성이 없으면 사업자는 자체 인력보다 저급 프리랜서 개발자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공공 SW 사업 예산을 높이고 대가 없는 지나친 과업변경 방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변동형 계약방식 도입 등을 우선 검토돼야 한다. 차제에 외국 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SW 유지관리요율 현실화도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 같은 논의 없이 보여주기식 대책만으로는 SW 품질 확보가 어렵다. 지난번보다 더 피해가 큰 행정망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