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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고지신]부자과학자가 탄생할 수 있을까?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지난 연말, 국내에서는 일명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Catherine Wood) 아크 인베스트먼트 CEO가 2024년 최고 유망 주식으로 스위스 바이오 기업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를 꼽아서 화제가 됐다.

해당 회사는 크리스퍼 캐스나인 유전자가위를 발견해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연구자들이 주축이 돼 2013년 설립한 곳인데, 지난해 12월 세계최초로 유전자가위를 적용한 1회 29억짜리 의약품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워낙 고가여서 활용은 제한적으로 시작될 테지만, 회사 주가는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라 이를 개발한 연구자들은 노벨상 영예에 이어 상당한 수익도 올리지 않을까 짐작한다.

해당 소식을 접하며, “이 사람들이 한국의 연구자였다면?”을 상상해 봤다. 기초연구에서 실용화연구, 그리고 창업까지 물 흐르듯 진행할 수 있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제약 중에 먼저 떠오른 것은 과기계에서 오랫동안 개선 필요성을 이야기해온 '직무발명 조세제도'다.

대학 교직원이나 기업체 연구원 등 연구개발자들이 소속기관에서 연구개발 중 얻은 새로운 기술이나 특허 등의 결과물을 기업체나 사용자에게 양도할 때 받는 정당한 대가를 '직무발명보상금'이라고 하고, 이렇게 생긴 소득의 세금 관련 법적 절차가 직무발명 조세제도다.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는 직무발명보상금을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하는 정책을 펼쳤고, 이에 연구개발자들이 매우 의욕적이고 창의적인 발명을 통해 기술이전을 활발하게 해 국가과학기술력과 경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을 개정하며 직무발명보상금을 재직 중일 경우 '근로소득'으로, 퇴직 후일 경우 '기타소득'으로 규정하여 과세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는데 연구개발 중요성이나 이후 파급효과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진행되며 많은 연구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직무발명보상금이 근로소득세로 중과세됨에 따라,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것보다 조기 퇴직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직장에 다니며 보상을 받으면 최대 42%의 근로소득세를 내고 이와 함께 높아진 4대 보험료와 종합소득세를 감당해야 하지만, 퇴직자의 경우에는 통상 20%의 기타소득세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이 제품화가 될 때까지 계속 직장에서 일하며 꾸준히 개발할 의욕이 꺾이게 되고, 소속기업 역시 이 때문에 산업화 지원 연구나 직무발명보상에 대해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현행 직무발명 조세제도를 쉽게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디자인권, 저작권, 상표권 등 창의적인 지적재산권을 양도할 때 일률적으로 기타 소득세율을 적용하듯 모든 발명으로 이뤄낸 기술료나 직무발명 소득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직자, 퇴직자 구분 없이 형평성을 갖추게 될 뿐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국가 기술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은 연구자들이 발명 의지를 가지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직무발명의 활성화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수익이 창출되면 추가로 법인세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세수 증가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발명자의 연구가 근간이며 우수한 인재들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오랫동안 문제 제기가 되었듯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직업적 안정성과 수익에 있어서 과학자보다 훨씬 더 유리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우수한 청년들이 과학자를 택할 수 있도록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지만, 직무발명 조세제도의 개선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난해 연말, 정부와 여당이 직무발명보상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연구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크게 늘려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드디어 개편이 추진되는 분위기라 반갑고 올해 2월, 국회에서 직무발명 조세제도 개편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mail protected]

김영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