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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행정전산망 마비, SW산업 생태계 혁신 기회로 삼아야

조풍연 한국SW·ICT총연합회 회장
조풍연 한국SW·ICT총연합회 회장

지난달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정보시스템'과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 가 마비되면서 큰 불편을 야기했다. 행정망 마비 원인을 찾는데 56시간이나 소요됐다.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찾아낸 장애 원인은 단순 네트워크 장비를 연결하는 단자 불량이라고 한다. 이번 장애는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자정부 1등 국가의 서비스 위상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요 정보시스템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전담기관을 두고 있다. 이번 장애의 원인을 단순히 노후장비 문제나 공공 정보화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등으로 전가하거나 운영관리 매뉴얼, 기술자 품질 문제로 축소해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초월 SW 제품 기업이 나올 수 없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이 주관사업자로 개발한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지연과 개통이후 오류 지속에 대한 원인과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논의 초점이 SW사업 대가 현실화 등 불공정한 SW생태계 혁신이 아니라 공공 SW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 기준 완화 등에 맞춰져 SW업계에 당혹감을 주었다.

2013년 이후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이후 중견 전문 SI기업, 중소 상용SW기업, 감리기업 등은 상호 협력을 통해 공공 기관 지방이전으로 인한 경비 증가, 코로나19 등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도 공공 정보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통해 분야별 기술개발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경쟁력을 확보했다.

근본적인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SW사업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W·ICT사업은 공장에서 공산품을 생산하듯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설령 정교한 인공지능(AI)이 SW를 생산해도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든 공정에서 사람의 개입과 책임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SW·ICT생태계는 예산-사업계획-입찰-계약-설계-개발-운영-유지 등 모든 공정이 하나로 연결됐다. 뿐만 아니라 SW사업은 대·중·소 전문기업간 수직적·수평적 협업이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기업규모별 선단식 사업생태계가 아니라 디지털전환 시대에 걸맞게 선진국처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잘하는 기업을 더욱 잘하게 육성하는 SW·ICT 전문·분업·협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먼저 품질 높은 시스템 운영을 위해 유지보수율을 약 20%대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공공, 교통 분야 등에서 최저가 입찰을 폐지하고, 상용SW 쇼핑몰 구매 및 분리발주 강화, 기술평가 중심 다차년 유지보수 계약제도 확대, 상용SW 유지보수 수의계약제도 도입, 유지보수사업자 선정시 기술100%로 평가 강화, 운영 시에 감리제도 도입, 백업·재해복구(DR)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TF는 근본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바로 공공 정보시스템의 통합발주로 인한 불공정 관행 해소, SW·ICT기술자 프리렌서 양산 억제, 사업대가·유지보수비 인상, 공공 용역개발의 SW·데이터 민간시장 침해 단절, 양질의 SW전문 인력 양성, 아키텍처·네트워크·인프라 운영서비스 등 SW 생태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정책이 종합 대책에 담겨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SW 제값보장 문화 정착, 불공정한 관행 개선, 상생기반의 협업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고, 디지털 초월제품 시장 규모 확대, 디지털 초월제품 전주기-원스톱-풀 지원, SW·ICT산업생태계 혁신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지원제도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조풍연 한국SW·ICT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