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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화석원료 언급 성과” vs “기대 못미쳐”…COP28 합의문 엇갈린 평가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들이 13일 UAE 두바이 엑스포시티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we will end fossil fuels”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들이 13일 UAE 두바이 엑스포시티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we will end fossil fuels”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은 기후변화 합의문에 처음으로 화석연료를 언급했다는 의의가 있다.

COP 총회는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첫 회의를 개최했으며, 당사국들이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에 합의한 것은 28년 만이다. 2년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은 화석연료 중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는 합의했으나 석유와 가스는 포함하지 못했다.

화석연료를 둘러싼 당사국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당초 일정에서 하루를 넘겨 합의문에 채택됐다. 당초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화석연료 퇴출'(Phase-out)이라는 표현을 요구했으나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가 지연됐다. UAE가 지난 11일 공개했던 초안에서는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해 100여개 당사국들의 반발을 샀다. COP총회 합의문은 만장일치제로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채택할 수 없다.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전환'이 합의문에 담긴 가운데 기후운동가들은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화석연료 퇴출을 강력히 주장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절반의 대책”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그는 “기후위기의 핵심이 화석연료 위기라는 것을 인정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는 “석유·가스업계조차도 우리가 화석연료 없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OP28의 전반적인 성과가 이전 회의 대비 아쉽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의 산업 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COP28에서 진전을 이뤘어야 하는 10개 분야 점수를 매긴 결과 1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 열린 COP26 대비 2.2점 낮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 늘린다는 합의와 개도국을 위한 공여는 7점을,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합의는 6.5점을 얻었다. 반면 '수준 높은 탄소상쇄 시스템'과 1.5도 제한을 위한 2030 배출목표 부문은 1점에 그쳤다.

과학자들도 COP28에서의 합의가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하게 막을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장은 “획기적 사건이지만 세계가 1.5도 제한을 유지하는 걸 가능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의 진 수 에너지정의국장은 “전반적으로 볼 때는 승리처럼 보이지만 세부사항에 심각한 흠결이 있다”며 “화석연료 생산국은 곳곳에 있는 허점을 악용해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인 가스가 '과도기 연료'로 명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도 관련 조항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총회 기간 7억9200만달러 규모의 기금 공여가 약정됐으나 필요 금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미나 라만 제3세계네트워크 대표는 손실과 피해 기금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실망스럽다”고 표현했다.

최다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