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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ESG가 기업에게 주는 기회

양석민 박사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 ESG 팀장).
양석민 박사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 ESG 팀장).

ESG가 지구촌의 경영 화두로 부상하면서 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목표로 한 환경과 사회문제의 책임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뜻하는 비재무적 활동 일체를 말한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친환경 정책이 부각되고 환경과 관련된 법적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2019년 8월 19일, 미국 최대기업 CEO들의 비영리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은 기업의 목적을 기존의 주주 수익 극대화가 아닌 주주는 물론 소비자와 직원, 납품기업,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배려하는 것이여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ESG 경영을 투자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러한 경영환경 전반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ESG 경영은 거역할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보다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경제 성장을 중시해 왔다. 그 결과, 기업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나 인권 침해, 단기 실적을 위한 불투명한 경영방식 등에 대해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몰락하게 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자본주의의 문제점들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중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는 태풍, 폭우, 가뭄과 같은 이상 기후변화를 동반하면서 지구의 환경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나 근로자의 처우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가의 행동도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의 폐쇄적이고 독선적 경영활동은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하여 지속가능한 경영을 제약하고 있다.

ESG는 이러한 자본주의 시대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제기되는 변화에 대한 요구는 시대적 요청이자 마땅히 따라야 할 기본사항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입장에서는 ESG가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기업의 생산 공정에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설비가 확충되어야 하고 새로운 친환경 기술의 도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직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거래처에 대한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에 대해 중요한 사항을 신속하게 공시하고 기업 운영의 의사결정도 과거보다 더 투명하게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ESG와 같은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시작해야 하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 중소기업은 적은 인적o물적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데,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기업 운영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면 추가적인 자원의 투입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투입할 수 있는 자원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ESG가 기업에게 어려움만 주는 것일까?

ESG는 기업에게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친환경o저탄소 기술은 모든 산업 분야로 확산 중이다. 친환경 선박기술이 주목받고, 스마트팜을 넘어 수경재배, 고효율 보온자재를 활용한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의 각 분야에 적용되는 친환경 기술을 먼저 확보하게 되면 선두진입자로서 기업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녹색공정전환 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좋은 조건의 안정적인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이 친환경o저탄소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지원된 자금을 잘 활용하면 성장의 계기,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가 있다.

또 협력사에 대한 공정한 거래, 직장 내 차별금지, 소비자 안전보호와 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

뉴스를 보면 직원이나 거래처에 대한 갑질이 폭로되어 매출이 급감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에 보이지 않는 사회공헌 활동이 드러나 소비자의 호감도가 상승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 기업 나이키는 과거 하청공장의 노동착취와 인권침해 문제가 공개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분유를 1999년부터 매년 손해를 보면서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매일유업의 사회에 대한 기여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 기업의 성장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 또한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자기업 선택에 반영하고 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독과점 문제가 제기된 카카오와 주가조작 사태로 미수금이 발생하여 리스크 관리문제가 제기된 키움증권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였다. 이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로 풀이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임으로써 기업가치를 올려주고 기업에게 더 많은 자금 조달과 사업성장의 기회를 갖게 한다. 투명경영 역시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ESG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기업의 ESG 경영을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여러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도 기업의 ESG 경영을 심사에 반영함으로써 ESG 경영성과가 우수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기업은 ESG와 관련된 정부 정책이나 사회의 흐름을 포착하고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ESG가 기업에게 많은 자원의 투입을 요구하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처럼 보이나 기업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 주는 계기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양석민 박사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 ESG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