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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저작권은 콘텐츠 산업의 밑바탕

조규백 법무법인 열음 대표변호사
조규백 법무법인 열음 대표변호사

그야말로 '테크' 전성시대다. 금융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제공되면 '핀테크', 부동산 중개는 '프롭테크', 교육 서비스는 '에듀테크'라는 이름이 붙는다. 변호사 소개 서비스는 '리걸테크'라고 자칭한다. 그 과정에서 법적인 쟁점으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고 이를 스타트업 발목잡기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다행히 리걸테크를 둘러싼 갈등은 봉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디지털 기반 서비스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각종 기술로 무장한 에듀테크 역시 결국은 콘텐츠가 사업 핵심 기반이다. 에듀테크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 항상 제도나 규제, 규범 등에서 갈등이 생긴다. 에듀테크도 지금 갈등을 겪고 있다.

교육 서비스는 특성상 자체 생산 콘텐츠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 AI, 머신러닝, 딥러닝, 자체 개발 알고리즘 등으로 무장한 에듀테크 역시 자동화를 위해 학습시킬 기초 콘텐츠가 필요하다. 특히 입시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는 시중 교재를 사용하거나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교과서 콘텐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혹자는 교과서가 공공재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국정교과서라고 저작권이 없을 리 없다. 요즘 검·인정 교과서는 사기업이 비용을 들여 만들기 때문에 허락없이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에듀테크 서비스 기업이 시중 교재와 교과서 콘텐츠에 대해 사용권을 취득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고 실제로 라이센스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몇십억원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사용권을 취득하기보다 변호사를 선임해 '불법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찾기 위해 골몰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 회사 운영비도 부족한 초기 에듀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 저작권 라이선싱 비용은 그게 얼마든 부담스럽다. 하지만, 저작권 사용 비용을 알아보지도 않고 일단 무단으로 사용하고 보자는 경우가 너무 많다. 콘텐츠 저작권료는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광고비는 듬뿍 쓰는 경우도 있다. 최근 TV 광고까지 집행한 에듀테크 기업들이 그때까지 저작권료는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해왔다는 것은 참으로 놀랄 일이다.

물론 시중교재와 교과서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보호하는 취지가 저작물 공정 이용을 도모하고 문화·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기존 출판사들은 최근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기업간거래(B2B) 요금제'라는 것을 도입해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게 저작권료를 82%나 깎아주기도 한다.

에듀테크는 이제 전문업체만의 영역이 아니다. 챗GPT로 알려진 대형 언어 모델 AI가 발달하면서 AI 서비스도 교육 콘텐츠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 초기 검색엔진 시장에서 저작권 분쟁이 있었듯 AI 시대에도 이는 새로운 양상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학생이 과제를 AI에게 물어보고 그 답을 얻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AI가 시중교재와 교과서를 학습하는 과정은 검색을 위한 크롤링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다행히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준비하면서 저작권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AI 에듀테크 기업 중에서 교육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교재 저작권 라이센스를 확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저작권을 우회해보려는 꼼수 에듀테크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업 전개다.

에듀테크 시장에서는 갈등을 겪으며 올바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공공 차원에서도 해법을 기대한다. 행여 불법 여지를 가지고 있는 에듀테크 기업을 국가와 교육당국이 세금을 통해 도움을 주거나 협업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불법 복제 문제를 경험한 바 있고 저작권에 관한 일반의 인식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모든 콘텐츠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하고, 권리자 역시 합리적인 사용료 정책을 통해 저작물 공정 이용과 문화·산업 향상·발전이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조규백 법무법인 열음 대표변호사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