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지닌 취약점도 노출되고 있다. 과거 위상과 달리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시장 주도권 유지도 확실하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초격차 유지와 비메모 반도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산업 생태계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도체산업 분야별 국가 위상을 보면, 한국은 일괄생산 1위, 파운드리 2위에 올라 있다. 반면 칩설계, 원료소재, 제조장비는 미국, 대만, 일본, 유럽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 최근 중요성이 높아지는 패키징(후공정) 분야는 대만은 물론 중국에도 열세다.

정부는 이러한 반도체산업의 약점과 열세 분야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특화단지와 국가산단 지정, 반도체 핵심전략 기술 개발 등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산업과 세라믹소재는 밀접한 관계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첨단 패키징 분야는 세라믹소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세라믹소재는 반도체 공정장비 핵심부품에 지속적으로 적용돼 왔다. 첨단 패키징으로 주목받고 있는 SLP(Silicon Level Packaging)와 PLP(Panel Level Packaging) 핵심소재도 세라믹이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속도와 신뢰성을 좌우한다. 세라믹이 지닌 우수한 열적·전기적 특성은 반도체 칩 성능과 안정성을 높여준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세라믹은 고온·고부식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반도체 제조공정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경기도 이천에 반도체종합솔루션센터를 구축했다. 반도체산업과 세라믹소재간 연관성을 강화해 우리나라 반도체산업과 세라믹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향상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도체종합솔루션센터는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세라믹산업 고도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가지 기능을 중점 수행한다.

첫째, 첨단 반도체 공정용 세라믹 소재와 부품 연구개발, 300㎜ 웨이퍼를 이용한 시제품 제작, 반도체 소재·부품 신뢰성 평가 지원이다. 국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최신 반도체 관련 기술과 동향을 교육 공유하고, 협력 워크숍을 진행한다.

둘째, 세라믹소재 전반의 응용 지식과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지역산업 및 인프라와 연계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현재 경기도와 이천시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및 공정 소부장 분야 현장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가 보유한 대면적 공정 인프라와 전문가를 활용하면 이러한 현장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

세가지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종합솔루션센터에 대한 산업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수다. 관심과 지원 속에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생태계의 취약한 부분을 빠르게 보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종합솔루션센터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보다 경쟁력 있게 조성하고 유지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 상황에서 반도체와 세라믹 융합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의 국제 위상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윤수 한국세라믹기술원 반도체종합솔루션센터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