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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깊어지는 TSMC와 일본 소부장 밀월

대만 TSMC가 일본에 세 번째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TSMC가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에 3나노급 생산설비를 갖춘 반도체 공장 건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공장이 현실화되면 3~12나노까지 가장 최신의 반도체 제조 라인이 일본에 생기는 것이다.

TSMC가 일본 내 공장을 늘리는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지정학적 위험 분산 목적이 크다. 대만 중심을 탈피, 생산거점을 다변화해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TSMC는 일본 외에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은 시장 공략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와 시너지를 통해 미래 반도체 시장도 주도하겠다는 의도다.

일례로 10나노 이하 회로 구현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EUV PR이 없으면 자율주행차의 두뇌나 인공지능 반도체도 없다는 얘기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에서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 TSMC 반도체 공장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본 구마모토 TSMC 반도체 공장 (도쿄 교도=연합뉴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소부장 경쟁력이 떨어진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후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 노력으로 자립도를 키웠으나 아직 충분치 못한 게 사실이다. 국내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지만 동시에 TSMC가 유리한 위치에서 일본의 소부장 산업을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협업 체제를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을 연구개발(R&D) 기지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인건비도 한국이 역전한 상황이어서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