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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 빅블러 시대 사이버 공간 방어

이대성 부산카톨릭대 교수
이대성 부산카톨릭대 교수

2020년 이후 현대인은 세가지 커다란 사회·기술적 메가 트렌드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라는 세기적 팬데믹을 겪었고, 올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만에 종식을 선언했지만 대다수 사람의 삶 속에는 비대면 생활 관행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줌(ZOOM), 4NB 같은 고화질 영상회의 기반 온라인 협업시스템이 교육계와 산업계로 확산되고, 주문하고 배달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생활문화는 모든 세대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초고속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더욱 뚜렷하다.

둘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 기술이 인공지능(AI)과 접목해 나타난 산업현장의 기술혁신 가속화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 스마트 헬스 등 이른바 '스마트X'로 불리는 인텔리전스화는 경제·사회 모든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기업은 팬데믹 이전부터 추진해 오던 디지털 전환(DX)에 의한 업무구조 고도화 프로젝트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특히, 기업 DX에 사용하는 첨단 기반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과 연계돼 있어 침체 상태인 우리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이 논고의 주제인 사이버 공간 방어에 관한 것이다. '빅블러(Big Blur)'는 인공지능(AI) 같은 혁신적 기술이 산업과 사회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산업간 또는 기존 업무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이버 훈련장(출처 DIATEAM)
사이버 훈련장(출처 DIATEAM)

빅블러를 사이버 보안(Cybersecurity) 관점에서 보면 인텔리전스와 모빌리티 강점을 살린 다양한 융합 서비스 등장으로 네트워크와 시스템의 통신 접점이 크게 증가하고, 이것이 하나의 사이버 공간(Cyber Space)에서 통합·제공되면서 그만큼 공격 표면도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이버 기술을 민·관·군이 협력 겸용기술로 사용함에 따라 기존에 민간, 군, 정부로 책임과 권한이 분산됐던 전통적 사이버 보안의 개념은 민·관·군 통합 안보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사이버 공간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사이버 보안기술을 무기화하기 위한 차세대 사이버 안보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사이버안보 전략 버전1을 발표했고 올해 3월에는 국가 핵심 인프라 방어전략을 추가한 버전2를 내놓았다. 영국은 2021년 12월 '국가 사이버 전략 2022'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국가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할 것임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유럽연합(EU), 일본, 중국도 민·관·군 사이버 방어력 구축과 사이버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세대 사이버 방어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경제, 국민 생활안전과 직결된 사이버 공간을 제3국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려면 중장기 사이버 안보전략을 마련하고, 10만 사이버 보안인력 양성계획을 서둘러 실천에 옮겨야 한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국가 사이버 안보 대응체계와 각 기관 역할을 규정한 '국가 사이버안보기본법안'부터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

이대성 부산가톨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