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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 냉난방공조(HVAC) 기업,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테이블세터' 되어야

이성진 경동나비엔 상품기획부문 부문장
이성진 경동나비엔 상품기획부문 부문장

'테이블세터(Table Setter).' 야구 용어로, 1~2번 타자를 이르는 말이다.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란 뜻 그대로 출루에 성공해 득점 찬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의 흐름을 읽는 시야는 물론, 필요할 때 공격의 흐름을 주도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 시대에 접어든 2023년, 냉난방공조(HVAC) 기업에 테이블세터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냉난방공조 시스템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건물에너지의 3~40%에 달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후변화와 대기 오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냉난방공조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한다.

이는 '탄소중립'이라는 경기의 선두타자로 나설 HVAC 기업의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업으로서 정책 기조에 발맞춰가겠다는 기존의 인식을 과감히 탈피, '내가 경기를 주도하는 선봉장'이라는 마인드로 에너지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 참고할만한 성공 사례도 있다.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가 개발된 뒤 이어진 업계의 노력에 기반해, 2020년 마침내 대기관리권역에 따른 콘덴싱보일러 의무화가 실현된 것이 대표적이다. 콘덴싱보일러는 일반 보일러 대비 최대 28.4%의 가스 사용량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변화는 필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과, 이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을 경험한 소비자는 에너지 비용 역시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 맬 수 밖에 없다. 더불어 ESG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이 증명하듯, 제품의 기능과 가격은 물론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역시 중요한 선택지로 부상했다. 여러 기업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HVAC 시장 역시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만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긍정적인 점은 기술이 발전하며 냉난방공조 시스템이 '친환경·고효율'로 나아가는 방향성도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AI 기술로 가정에서 사용된 냉난방 에너지를 분석하고, 효율적 사용법을 안내해 실질적 에너지 절감을 돕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무선 펌웨어 업그레이드(FOTA)로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업그레이드하며 기능적 효율성을 개선하는 제품도 출시됐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에서 수소가 20% 혼입된 도시가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에 발맞춰, 해당 가스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보일러 및 기타 제품들이 개발됐다. 여기에서 나아가, 수소 100% 가스에도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업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난방 등에서 여름철 발전 후 버려지는 배열을 냉방 등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결정타를 날릴 '4번 타자'는 소비자다.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고효율 제품에 대한 선택지를 넓히고 인식을 개선해 우리의 미래를 위한 '득점 찬스'를 만들 타자는 HVAC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성진 경동나비엔 상품기획부문 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