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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선]정경유착 줄타기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직 혁신 차원에서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4대 그룹이 참여하는 것과 관련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전경련이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정경유착' 심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정치권과 경제계 사이 특혜와 금전이 오가는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정경유착은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이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삼성에 자발적 판단을 권고하면서도 정경유착 사태 발생시 즉각 탈퇴를 조건으로 걸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반면 전경련과 경제계는 이참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경유착은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에서 항상 등장하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꽤 빈번하게 발생했다.

기준이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정경유착이고, 어디까지가 협력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실제 대가성 금전이 오가고 특혜가 주어지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선의의 지원이나 기부 형태로 진행되면 해석이 엇갈린다.

누군가는 '유착'으로 보지만 누군가는 '그런 것도 문제가 되나'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전경련 재가입 관련 정경유착 우려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의 과거 사례를 들자면 이재용 회장의 부회장 시절인 2021년 가석방 건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이 부회장 가석방 관련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와 정의당은 '문재인판 정경유착'이라 규정했다.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광주형 일자리도 처음에는 현대차 노조로부터 정경유착 비난을 받았다. 시대 배경과 진영, 사람에 따라서 정경유착 해석이 달라진 셈이다.

지금도 해석에 따라 정경유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일은 많다.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보자. 당정은 사태 수습에 사활을 걸었고 여러 대기업이 발 빠르게 지원에 나섰다. 정부나 정치권의 직접 요구 없이 민간기업의 자발적 지원이었지만 이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다. 적십자 혹은 지자체 등 제3기관을 통해 지원했다 해도 누군가는 이를 폭넓은 3자 뇌물로 볼 것이다.

지금 정부와 경제계가 매진하고 있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활동은 어떠한가. 성공 여부를 떠나 경제계의 총력전을 향후 정치 공세 소재로 활용하는 자들이 나올 수 있다. 과도한 억측이 아니다. 실제 엑스포 부산 유치전을 뛰고 있는 경제계에서 조심스레 나오는 우려다. “야당 의원들도 부산엑스포에 밀접하게 활동하고 있으니 향후 정치 공세 가능성은 적지 않겠나”라는 관계자의 바람은 씁쓸하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하긴 해야 한다. 다만 바라는 것은 엿장수 같은 정경유착의 해석 기준을 경제계에서 정립하는 일이다. 유착의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 없이 추상적인 각오만으로는 그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나아가 그 기준이 정당하고 합리적임을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어쩌면 한경협의 새기구인 윤리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않아 총선 시즌이다. 정치권도 경제계도 정경유착 유혹에 가장 위험한 시기다. 더 이상 애매한 정경유착 줄타기를 하지 않길 바란다.

조정형 기자
조정형 기자

조정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