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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방관한다고 책임이 사라지나

[데스크라인]방관한다고 책임이 사라지나

품질이 유사한 두 서비스가 경쟁할 때 선택은 이용자가 내린다. 시장 논리에 의해 선택받는 서비스가 가려지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만일 서비스 종류가 다르거나 특정 서비스를 선택하면 이용자에 유리한 면이 있어 보이는데도 이 선택이 제약을 받는다면 어떨까. 정부가 이용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이 같은 이슈를 두고 20년 가까이 분쟁이 벌어지는 분야가 있다. 바로 변리사와 변호사 업계 갈등이다. 변리사 업계는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 같은 자격으로 소송을 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허 관련 전문성을 가진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해 참여해야 원활한 재판이 이뤄지고 이용자가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특허침해소송 1심 처리 기간은 평균 600일 이상으로 일반 민사소송 2배가 넘는다. 특허는 기업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소송기간이 길어지면 기업이 입는 피해도 커진다.

특허권자 승소율은 7.7%에 불과하다. 50%에 달하는 일반 민사소송 승소율과 차이가 크다. 특허침해소송은 주로 기술적 논의가 쟁점인데 전문성이 없다면 이를 잘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분야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다.

변리사가 특허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대리를 할 수 있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정안은 2006년 17대 국회부터 매 회기마다 발의됐지만 변호사 업계 반대, 정부 방관으로 무산돼왔다. 이번 국회에서도 해당 상임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발목을 잡혔다. 법안심사 2소위에 계류 중이지만 처리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남의 밥그릇 싸움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나 국회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방관해온 이유다. 변리사 분야 주무부처인 특허청 수장마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발을 뺀 상태다.

그러나 '특정 분야는 전문가가 소송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해선 안되는 얘기다. 그 피해가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변리사 업계의 주장만도 아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4개 단체, 벤처기업협회 등 10개 혁신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 4개 단체도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에 힘을 실어줬다.

일본의 경우 20년 전에 특허침해소송 시 변리사 공동대리를 허용했다. 변호사 업계 반대도 있었지만 정부의 과감한 결단으로 2년도 안돼 법안이 통과됐다. 소송 기간이 대폭 단축되는 등 기업에 유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6월1일부터 통합특허법원 제도를 시행했다. 한번 요청을 통해 유럽 25개국에서 특허를 보호받을 수 있게 한 제도로 소송 시 변리사 단독으로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첨단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한 특허의 중요성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한 단계 더 높은 기술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변리사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방관한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데스크라인]방관한다고 책임이 사라지나

안호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