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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 2024년 최저임금 10.3% 이상 인상해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2024년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했다. 기본소득당은 2024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3%+알파' 인상률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금액으로는 시급 1만600원+알파 이상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을 기점으로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2년간 지속된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는 곧 일자리와 소득의 위기로 이어졌다. 부동산 폭등은 물론, 유례없는 수준의 물가상승까지 겹쳤다. 현재도 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2024년 최저임금 결정은 올해 대비 몇 프로 인상이 적정한가가 아니라, 코로나19 기간 깊어진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고와 미래 경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임금 인상에는 보통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계를 반영한다. 임금을 현재의 경제 수준에 맞추는 가장 기초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제성장률은 생산성 증가분을 임금에 반영하는 지표이고, 물가 상승률은 명목임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물가상승을 임금에 반영해 실질임금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지표다.

2023년 명목 GDP 증가율 및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 예상치를 가지고 계산해보면 2020년 대비 명목 GDP는 12.4%, 소비자물가지수는 11.1%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두 개의 인상률을 더하면 23.5% 수준이다. 즉, 2024년 최저임금은 적어도 2020년 대비 23.5% 인상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중위임금 이상 노동자들과의 상대 임금에서, 그리고 물가 인상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최소 조건이다. 2020년 최저임금 대비 23.5% 인상한 금액은 시급 1만 609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대비 10.3% 인상된 금액이다. 아울러 10.3% 인상에 더해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인상률 알파가 추가돼야 한다.

그간 최저임금위원회가 중요 기준으로 삼아왔던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는 2022년 241만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조사의 실질임금 또한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득 분배율의 주요 지표인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24년 적정 최저임금 인상률
2024년 적정 최저임금 인상률

국세청 근로소득 100분위 자료로 분석해보니 지니계수, 팔마 비율, 5분위 배율 등 그간 꾸준히 개선되던 근로소득 분배지표가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2년간 연속 악화됐다. 여기에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명목상 최저임금 인상률이 상당 부분 잠식됐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수치와 상황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가리킨다. 10.3% 인상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본소득당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 합계 상승분을 최저임금 인상률에 자동 반영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을 개정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의 합계를 최저임금 자동 인상분으로 하고,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자동 인상분에 대한 고려 사항으로 두자는 것이다.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자의적이고 비과학적인 채로 남겨둘 이유가 없다. 최저임금 자동인상분은 명확한 경제지표에 맡기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협상을 추가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최저임금법의 목표에도 알맞다. 이미 미국의 여러 주들도 인플레이션 인상분을 자동 반영하는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크게 오른 물가 상황을 최저임금의 인상에 반대하는 근거로 거론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국제 논의는 이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소속 경제학자들은 2022년 4월 보고서에서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관관계가 최근 수십 년 동안 감소했으며 현재는 역사적 최저에 가깝다. 비용에 대한 가격 마크업(markup)으로 측정된 기업들의 가격 책정력은 역사적 최고에 달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들은 6월 말 “기업 이윤 증가가 지난 2년 동안 유럽 인플레이션 증가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임금은 2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물가 인상을 이끌어왔던 것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비용 상승분을 넘어가는 기업의 가격 인상이었다는 것이 국제기구들과 경제학계에서 거의 정리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겐 이것마저 괴담이고 선동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데이터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물가 상승 우려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물가 상승의 주원인에 대한 효과적 처방이 아닐뿐더러,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물가 상승의 피해를 가장 열악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논리일 뿐이다. 정부여당은 자영업자의 열악한 사정을 최저임금 인상의 반대론으로 언급한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최저임금 인상 억제의 논리로 삼는 건 올바르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영세상공인들의 영업 환경은 제조 및 유통 대기업들과의 관계, 상가 임대차 관계에서 이들의 교섭력을 높이는 정책들을 통해서만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또한, 낮은 최저임금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처분가능소득을 압박해 오히려 영세상공인들의 영업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수의 부자들의 호주머니가 조금 두둑해지는 것보다, 대다수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이 영세상공인들의 매장에 더 많은 손님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상식이다.

최저임금 결정 국면에 정치권은 너무 조용하다. 진보정당이든 보수정당이든, 적어도 최저임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전 국민 임금협상이다.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이기도 하다. 정치세력이라면 책임있게 이에 대한 입장을 마땅히 밝혀야 할 것이다. 2024년 최저임금 '10.3%+알파' 인상. 매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 합계 상승분을 최저임금 인상률에 자동 반영. 이것이 기본소득당의 입장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email protected]

〈필자〉용혜인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이자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다. 기본소득 실현 열망 하나로 기본소득당을 창당했고,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기본소득 공론화법' '기본소득 탄소세법' '기본소득 토지세법'을 대표 발의하며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의정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출산 이후에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임신·출산·육아·돌봄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의정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