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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 ‘수출 GPS 전략’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길을 찾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우리는 길을 찾을 때 GPS가 장착된 내비게이션 도움을 받는다. 매일 가던 익숙한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갈 때 GPS는 특히 그 빛을 발한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실시간 교통정보를 이용해 빠르고 안전한 경로를 알려줄 뿐 아니라 근처 맛집, 병원, 주유소 위치 등 필요한 정보도 제공해준다.

만약 국내 식·의약 제품을 수출할 때도 GPS가 있으면 어떨까? 우리나라 우수한 제품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지만, 기업들이 생소한 해외시장에서 수출길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출길을 안내하는 GPS가 있다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빠르고 쉬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식약처는 국내 우수한 기업들이 글로벌 규제장벽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안내하기 위해 올해부터 ‘수출 GP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수출 GPS 전략 글로벌 시장 새로운 길 열자
수출 GPS 전략 글로벌 시장 새로운 길 열자

먼저 ‘G(Global Leader)’는 식약처가 식·의약 분야 글로벌 리더 규제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5월 10일과 11일, 식약처는 세계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아프라스, APFRAS)를 구성을 주도했고 향후 3년간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우리나라 기준이 세계 기준이 되어 국내 우수한 식품이 해외시장에서 규제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원활하게 수출될 수 있도록 식약처는 아프라스 의장국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P(Partner)’는 국제 파트너십 확대다. 식약처는 해외 다양한 기관과 다각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글로벌 규제 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4월 식약처는 미국 식의약 규제기관 FDA와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앞으로 식약처와 미국 FDA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제품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양국 공동 국제 워크숍을 개최하게 된다. 또, 미래 디지털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제 마련 등을 논의해 나가려 한다. 이를 계기로 식약처는 AI 활용 의료제품 분야에서 선도 국가들과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국내 개발 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S(Supporter)’는 민간 수출을 지원하는 서포터다. 식약처는 민관 수출지원 협의체를 운영하며 수출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하고 해외에 우리나라 식·의약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2년 전 유럽으로 수출된 한국산 라면에서 훈증제로 사용되는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된 적이 있다. 유럽연합(EU)은 추가로 시험·검사성적서 제출을 요구해 기업들의 경제적· 행정적 비용부담이 늘어났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군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이를 EU 식품규제당국에 적극 설명하는 등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전개했다. 그 결과, 올 하반기부터 국내 라면 수출업체의 서류 제출 의무가 해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라면 업계는 약 79억원 서류 비용 절감과 2000만달러 이상 수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규제 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 지난해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 이어 올해에는 규제혁신 2.0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 혁신의 길, 현장에서 듣는다’라는 주제로 소비자와 기업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특히 규제혁신 2.0은 수출 GPS 전략의 일환인 ‘수출지원’ 분야와 국민 편익을 증진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처리 방식의 디지털 전환’ 등 수요자 중심의 규제혁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앞으로 식약처는 글로벌로 진출하는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규제조화를 주도해나갈 것이다.

동시에 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식·의약 규제가 환경 변화에 맞게 더욱 단단하고 견고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불필요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규제는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길을 열고,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법을 주는 수출 GPS의 활약을 기대해 주기를 바란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식의약 규제혁신 2.0 전략 (자료=식약처)
식의약 규제혁신 2.0 전략 (자료=식약처)

〈필자〉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해 5월 27일 윤석열 정부 첫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발탁됐다. 학계와 기업을 두루 거친 약학·바이오 전문가다. 1965년생으로 1986년 서울대 약학대학 학사, 1988년 동대학원 석사, 1994년 미국 뉴욕주립대학 이학박사(약제학과)를 거쳤다. 1988년 보령제약 개발부, 1994년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세포생물학과 연구원, 1996년 SK케미칼 생명과학 연구개발실 연구원 등으로 근무했다. 이후 1997년 특허청 심사관, 1999년 차의과대학교 의예과장, 2005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를 거쳐 2009년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제29대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2022년 제38대 한국약제학회 회장과 제7대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을 지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