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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권역 반도체 산업 특화단지를 기대한다

이병택 전남대 명예교수
이병택 전남대 명예교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이 마무리 단계다. 입지·기반·투자·연구개발·사업화 지원, 예비타당성 조사 완화, 용적률 상향, 세액공제 등 혜택이 있어 지역 신성장동력 창출, 기업 지원과 유치, 지역 산업 진흥에 획기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역 대학에서 40여년간 반도체를 연구하고 가르쳐 온 필자 관점에서 비수도권에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에 대해 높은 장벽을 느낀다. 우리나라 첨단 산업이 수도권 중심으로 육성돼 왔고 우수 인력의 확보가 용이하며, 일정한 지역 범위에 연구개발, 생산, 전방 산업까지 집적하는 것이 산업 자체 관점에서 경쟁력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점도 고려되야 하며, 그 첫째가 에너지 공급 문제다.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많은 전력을 사용하며 그 대부분은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공급될 수 밖에 없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수도권 반도체 단지를 제외하고도 2036년까지 송전선로 확충에 56조5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RE100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는 데, 구체적인 실행에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초부터 호남과 경남지역 일부 태양광 설비와 원전의 출력 제어를 시행하고 있는데 수도권으로의 송전 용량 부족이 이유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 소재 시설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신재생) 전력이 부족해 위기이고, 한쪽에서는 전력이 남아 위기인 상황인데, 호남에는 해상풍력 등 많은 발전 시설이 예정돼어 있어 앞으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두 번째로 지역의 젊은이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는 문제이다. 대한민국에는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인력의 이동 사슬이 만들어져 있고, 이것이 지역소멸로 이어지고 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광주광역시만 해도 지역에서 교육받은 청년의 50% 이상이 떠나고 있는 데,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다.

수도권의 장점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우수 인력의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인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국의 젊은이들을 수도권으로 모아 경쟁시키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민간 전문가 통계와 분석에 따르면 지역없이 수도권이 번영하기 어려우며 현재 방식의 수도권 ‘우수’ 인력 확보는 지속되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현재 전국 청년 중 55%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주·전남이 신청한 반도체 특화단지만 하더라도 외주 반도체 패키지(OSAT) 분야에 특화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공동연구소 등 인재 양성 시스템, 풍부한 신재생 에너지와 준비된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도권에 핵심 클러스터를 두고 특화된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권역별로 육성하는 것이 보다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 제고 정책일 것이다. 모쪼록 권역 반도체 특화단지가 활성화되고 선도적 역할을 해 지역 혁신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병택 전남대 명예교수(광주전남지역혁신연구회 대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