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션 카지노

[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로그人, 부테린의 ‘영혼’과 알트만의 ‘눈’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우리는 ‘로그인’ 과정을 거쳐 가상공간에 입장한다. 로그인 계정이 내 소유임을 증명하기 위해 내 아이디와 암호를 제시한다. 아이디는 내가 누구인지 공개하는 이름이고 암호는 타인에겐 비밀인 정보다. 암호가 노출되면 내 아이디는 바로 탈취 위험에 처한다. 그러므로 암호 몇 글자에 의존하는 가상공간 속 ‘내 존재’는 거품처럼 불안정하다.

누구든 현실 세계로 로그인하려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온몸으로 출생해야 한다. 부모는 내 이름을 지어준다. 암호 따윈 필요없다. DNA와 내 몸 전체가 암호다. 내 삶의 경험과 기억 전체, 내 이력서, 내 SNS 활동기록 모두가 나의 암호다. 현실세계에서 ‘내 존재의 신뢰’는 영속적이며 나는 오직 죽음에 의해서만 로그아웃된다. 가상세계의 불안정성은 몇 글자 안 되는 아이디와 암호의 근원적 허술함에서 온다.가상공간에 불변성을 제공한다는 블록체인조차 암호키 로그인의 불안정성 문제를 피해가지 못한다. 가상공간도, 블록체인도 고립무원 암흑세계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탈중앙화 사회: 웹3의 영혼을 찾아서’라는 논문에서 ‘영혼합체토큰’(SBT·SoulBound Token)을 제안했다. SBT는 NFT 일종으로 ‘대체불가’하다. NFT가 ‘자산’처럼 주고받을 수 있다면 SBT는 ‘몸’이나 ‘영혼’처럼 타인에게 ‘양도불가’한 토큰이다. 가상공간에서 얻은 SBT들은 가상공간 속 내 삶의 궤적을 증명한다. 분산아이디(DID)와 달리 SBT는 내 삶의 다면적 궤적을 담은 디지털 분신을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로그人 시키는 방법이다.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은 ‘월드코인’을 창업했다. 공 모양인 ‘눈’ 혹은 ‘지구’를 뜻하는 오브(Orb) 장치로 홍채 인식을 포함한 다면적 생체정보를 처리해 그가 진짜 ‘사람’이었음을 확인하는 월드ID를 부여해 로그人을 승인한다. 알트만은 가상공간에서는 사람과 인공지능(AI)을 구분하기 어렵고, 그 창작물에 대한 보상을 차별화해야 하므로 오브를 개발했다고 한다.

SBT가 블록체인 지갑의 가상세계 속 ‘삶의 흔적’에 ‘인격성’을 부여한다면, 오브는 각 계정이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분한다. 한편, SBT는 기계도 사람처럼 정체성을 지키며 신뢰있게 살아가면 언젠가 사람으로 ‘인격성’을 인정받는 문제를, 오브는 성형술과 가짜 홍채를 통한 등록지점 공격이나 대포폰이나 월드ID 해킹을 통한 ‘좀비 무리’의 출몰을 예고한다.

부테린과 알트만의 행보는 그동안 무관해 보였던 블록체인과 AI가 뗄 수 없는 하나의 공간, 한 몸임을 보여준다. ‘이더’라는 보상체계와 ‘스마트계약’이라는 실행코드를 가진 부테린은 SBT란 영속적 아이디를 추가하고, 챗GPT라는 AI 실행코드를 가진 알트만은 오브를 통해 월드ID와 월드코인을 추가하려 한다.

‘영속적 아이디’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하고, 실행코드는 그 삶의 행위들을 뜻하며, 코인은 그 삶과 행위의 가치의 보상체계다. 오랜 세월 엉성한 정보 연결망에 불과한 인터넷에서 불안정한 로그인과 파편적 삶의 형식과 싸워온 ‘네티즌’은 이제 블록체인이라는 불변의 공간에 ‘영혼’과 ‘눈’으로 로그人해 ‘디지털 재화’를 스마트계약과 AI로 생산하고 유통하며, 그 삶의 가치에 대한 ‘디지털 보상’을 주고받는 신인류 ‘디지털 사피엔스’로의 진화를 시작했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