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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기 한 점의 교훈

[기고]고기 한 점의 교훈

우리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찾게 된다. 얼마 전에 있은 일이다. 지인 세 명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날 따라 길이 막혀서 식당에 조금 늦게 도착해 인사를 하고 앉았고, 불판에는 삼겹살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눈치 채고 한우 1인분을 주문했다. 쇠고기가 구워지고 다 함께 몇 점씩 나누어 먹다 보니 얼마 되지 않아 마지막 한 점만이 숯불 위에 남겨지게 됐다.

남은 고기 한 점은 당연히 내가 먹을 것이라 생각해서 여유롭게 상추쌈에 쌈장과 마늘, 고추를 잔뜩 올려놓고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점을 집으려는 순간 앞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냉큼 집어 먹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당황한 눈빛으로, 나는 황당한 눈빛으로 서로 눈이 마주쳤다. 마지막 고기 한 점은 이미 앞에 앉은 사람 입에 들어가 버린 후였다.

새 정부가 시작되면서 6대 국정목표와 120대 국정과제를 확정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디지털플랫폼 정부,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으로 과학기술 5세대(G5) 통신 도약,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역량 강화,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 등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원전, 수소, 5G·6G, 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인공지능(AI)·로봇, 사이버보안 등 경제성장과 안보 차원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인 전략기술을 지정해 디지털경제 패권국가 실현을 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AI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도전적 AI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AI의 핵심 두뇌인 AI반도체 육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책의 성공적 성과를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경제 패권국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디지털경제는 승자독식이 일반적인 특성이고,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공고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중요할 때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이 있다. 이런 일들은 중요하면서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급하지도 않은 일 등이 있다.

국정과제 간 연계성도 촘촘히 살펴봐야 한다. 정책 목적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최우선순위는 급한 것부터 하고, 길게 보면 중요성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순위는 포기할 것을 정하는 일이다. 포기해야만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또 착각이나 방심은 금물이다. 방심한 사이에 한국에 뒤처지게 된 일본의 주력사업도 우리에게는 큰 교훈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심화한 서플라이 체인문제로 휘청일 때 중국은 자국 내 제조 역량을 앞세워 주요 산업에서 파이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던 디스플레이·태양광 시장까지 장악하며 시장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인공지능(AI)뿐만 아니라 5G를 비롯해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순간의 방심이 오랜 후회를 낳는다. 현재의 경제지표를 보면 우리는 제자리를 지키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물가상승, 금리인상, 달러강세, 무역적자, 대외여건 악화 등 악재만 산적해 있다. 지난해 한국은 1인당국민소득(GNI)에서 이탈리아에 다시 뒤졌다. 2020년 G7 국가인 이탈리아를 제쳤다고 축포를 쏘아올린 지 불과 1년 만에 재역전 당했다. 더욱이 1인당 명목 GDP에서도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는 사이 대만이 반도체를 등에 업고 어느새 우리를 추월할 기세다.

올해에는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할 것이고, 금리인상 등 경기 위축으로 우리 경제도 위기와 억눌린 회복 등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내년에도 우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올해 2%대 중반에서 내년에 1%대로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제침체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도약을 위해서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과감하게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우리가 해야 할 국정과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어떻게 만들 것인지 깊은 정책 성찰을 해야 한다. 경제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며, 방심하고 실기하는 등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신용태 숭실대 스파르탄SW교육원 원장(컴퓨터학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