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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서른 살 맞은 '문자메시지'의 새로운 도전

이형수 모노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이형수 모노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1억4000만원.' 지난해 12월 프랑스 경매에서 세계 최초로 문자메시지 대체불가토큰(NFT)이 낙찰된 금액이다. 하루에도 수십 통을 주고받는 문자메시지 한 통의 가치가 억대라니 이 문자메시지를 누가 언제 보냈는지 궁금해진다.

1992년 12월 3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두가 들뜬 분위기였다. 영국 보다폰의 전 이사 리처드 자비스도 한 이벤트 행사에 참석했다. 파티를 즐기고 있던 그는 이동형 전화기(Orbitel 901)에서 신호가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작은 액정화면에는 '메리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세마그룹의 프로그래머 닐 팹워스가 크리스마스 축하 문자를 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문자메시지다.

당시 보다폰에서 단문메시지서비스(SMS)를 개발하고 있던 팹워스는 테스트 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훗날 그는 한 인터뷰에서 “문자메시지가 이렇게 대중적인 서비스가 될 줄 몰랐다”면서 “지나고 보니 내가 보낸 크리스마스 메시지가 모바일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임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팹워스가 오늘날과 같은 문자메시지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당시 통신망이 부족하고 PC에서 문자를 보내야 하는 등 사용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후 모바일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다양한 문자 입력 방식과 편리한 키보드를 장착한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문자메시지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개인 간 소통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세대 사이에서 문자메시지 사용량이 음성통화 사용량을 앞지르며 대표적인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걸을 때나 식사할 때나 엄지손가락을 사용해 문자로 대화하는 모습이 일상화되면서 '엄지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일일이 전화나 우편으로 전하던 경조사 소식도 대량 문자 발송을 이용하면서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물론 좋은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것이 스팸 문자다. 문자 피싱, 문자 스미싱 등 관련 범죄도 다양해졌다. 피해도 지속해서 커졌다. 청소년들의 문자중독도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유사 경쟁 서비스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이 대표적이다. 무료라는 강점으로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자 문자메시지의 존폐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올해는 닐 팹워스가 세계 최초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 꼭 30돌이 되는 해다. 30년 동안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낸 문자메시지가 위기 속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KT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출시했다. 02, 031 등 일반 유선전화번호로도 문자 수신이 가능한 '양방향문자서비스'다. 이미 수원시, 제주시 등 40곳이 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행정문서 발송, 설문 조사 등에 이용해 비용 절감과 시민 만족도 향상 등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런데 왜 지자체들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아닌 문자메시지를 선택했을까. 바로 연령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보편성과 편의성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문자메시지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등을 설치하지 않고도 이용이 계속 가능하다. 앱 설치가 서투른 노인조차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게도 소중한 소통 수단이다. 최대한 많은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 선택이다.

문자메시지는 지난 30년 동안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보편적인 서비스로 함께해 왔다. 앞으로 30년도 모두에게 공평한 소통 도구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 가리라 기대해 본다.

이형수 모노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