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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대학포럼]〈92〉세계 6위의 국력과 품격 있는 선진국 교육

김춘식 동신대 교수
김춘식 동신대 교수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총회에서 한국은 선진국으로 격상됨으로써 1964년 UNCTAD 창설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눈 떠 보니 선진국'이 된 한국인에게는 그나마 큰 위안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세계적 K-팝 열풍으로 한국과 한국인은 해외에서는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 됐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는 2022년 세계 국가별 국력 순위에서 독일과 영국에 이어 한국을 6위에 올렸다. 국가별 조사분석 결과는 모험성, 민첩성, 문화적 영향, 기업가 정신, 문화적 유산, 국력, 삶의 질, 사회적 목적 등 두루 10개 요소의 점수를 계산해서 순위를 매긴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국력' 부문에서 수출 호조, 경제적 영향, 군사력에서 유난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에서는 평균 이하, 리더십 역량에는 낙제점수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군사 부문에 두드러진 국력 점수를 나타낸 것에는 한국의 경제적 노력과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으나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영향력과 리더십 역량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품격을 갖춘 '선진국' 한국의 미래에 큰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도 한국을 국가경쟁력 세계 13위의 선진국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특히 인프라, 시장 규모, 정보통신기술, 교육 수준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021년 영국의 레가툼 연구소(Legatum institute)가 발표한 국가번영지수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29위에 랭크됐다. 개별 항목 중 보건의료 분야가 3위를 차지, 눈길을 끌었다. 경제적 질(Quality) 부문에서는 9위를 차지했다. 가장 주목받는 항목은 교육 수준에서 핀란드에 뒤이어 얻은 2위라는 높은 평가다. 한국의 교육환경, 교사(교수자)의 질 등을 두루 분석한 결과여서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뿌듯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정말 놀라게 하는 항목이 있다.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항목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167개국 가운데 147위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부문의 순위는 2019년 139위에서 낮아진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 간 신뢰 및 존중, 협력 및 연대와 관련된 무형의 자산을 의미하며,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공적 신뢰도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을 반증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왜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의 높은 교육 수준을 보유하면서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아가 왜 한국 교육은 인권과 평화 등 국격에 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리더를 양성하지 못할까. 그리고 존중과 협력으로 연대하는 새로운 시대의 교육 대전환을 넘어 교육혁명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우선 기존 교육구조 개선이나 개편과 같은 제도적 해법도 중요하지만 초·증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교육 과정에서 질문하고 발표하고 토론함으로써 정의와 해법을 도출하는 창의형 융합교육이 교육 대전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둘째 고등교육기관의 혁신적인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며, 대학교육의 구조 개편은 이미 대학입시의 종속변수로 전락한 중등교육과정을 살리는 유일한 통로이다.

“합리적인 시민은 암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박태웅 의장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질문한다. 우리에게 진정 선진국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제 스스로를 선진국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대한민국으로 한걸음씩 나아가야 할 때다. 신뢰와 존중을 최우선시함으로써 품격 갖춘 세계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은 모든 질문의 핵심이다.

김춘식 동신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