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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대학포럼]〈89〉첨단분야 인재양성, 대학의 걸림돌을 생각한다

최재원 부산대 공과대학장·기계공학부 교수
최재원 부산대 공과대학장·기계공학부 교수

온택트, 초연결, 가상물리시스템(CPS),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 신기술과 기술 융·복합화가 시대를 관통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변모시키며 우리의 삶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로 출범한 정부도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과학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의 전면 전환 필요성을 인식했다.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종합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미래 정부의 글로벌 대표 모형을 지향하며 이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 없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걸맞게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대학 운영을 위해 디지털플랫폼대학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첨단 분야의 급변하는 고도화 기술 수요를 적극적으로 감당하고 선도할 수 있는 인재의 효과적 양성을 위해서도 필수적 요구 조건이 된다.

그러나 대학의 경우 여전히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 시대의 제도 및 규제로 발목이 잡혀서 전환의 길목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국립대나 사립대를 막론하고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국립대의 경우는 그 특수성에 따라 더 강력한 규제에 묶여 있어 사립대에 비해 운신의 폭이 더 좁다고 할 수 있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에서 걸림돌로 여겨지는 제도와 규제 측면에서 대표적 '손톱 밑 가시' 한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 교원 등의 교수시간'은 매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해서 매주 9시간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에 규정돼 있다. 사립대도 이 시행령을 따르거나 대학별로 학칙에 별도로 반영해서 교수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교육자로서 현재의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최소한으로 이행해야 할 교육적 의무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교원 입장에서도 매주 9시간이라는 최소 의무 교수시간을 확보해야만 하는 현행 시행령은 교수자로서 의무 이행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된다.

대학별로 규정된 졸업학점 및 교육과정은 교원의 교수시간 확보와 연동돼 운영되고 있다. 요즘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첨단 분야의 전공교과목 신규 개설이나 융합 및 연계 전공, 마이크로 디그리 등 다양한 교육 수요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 시행령의 조항이 이러한 교육 과정의 선제적 대응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규 과목 개설의 필요성은 구성원 모두 공통으로 인식하지만 첨단 분야의 신규 교과목 개설 시 기존 교과목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교과목 담당 교수자의 경우 교수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교육 과정 개편이나 제도 개선에 저항하게 되고, 일정 부분 절름발이 개선 수준으로 타협하고 마무리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됐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 강의가 확산했고, 앞으로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온라인 강의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온라인 강의가 가능해지면서 현행 대면 강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개설 교과목당 분반 수, 분반 당 학생 수 제한 및 교수시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는 곧 이 시행령이 무의미해진다는 의미이고, 더 나아가 변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시대 변화에 따른 첨단 분야의 신규 교과목 개설 확대 등 첨단 분야 교육 과정의 선제적 개편 실효성을 확보하고 새 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견인해야 한다. 가장 큰 대학 관련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대학 교원 등의 교수시간' 관련 시행령에서의 본 조항(제6조)이기 때문에 이 조항의 폐지 또는 이러한 기술적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전면 개정이 시급하다. 교수자의 의무 경감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우려는 기존 교수시간 의무 이행을 대체할 온라인 강의 자료 개발이나 연구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수진의 미래 지향적 역할 변화를 견인할 필요도 있다.

결론적으로 데이터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제도에 종속되기 때문에 선제적 제도 개선이 변화를 끌어내는 필수 전제 조건이다.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한다.

최재원 부산대 공대학장·기계공학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