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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SW산업진흥법' 최선인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심리학에 경로 의존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매너리즘과 일맥상통한다. 어떤 방법에 의존하거나 익숙하면 그 방법이 비효율적이거나 잘못된 걸 알아도 고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 모두 일정 정도의 경로 의존성이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로 의존성에 얽매이면 개인과 사회의 긍정적 변화와 혁신을 저하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한다.

대기업 소프트웨어(SW) 사업자의 공공 SW사업 참여를 제한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났다.

공공시장에서 대기업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중견·중소기업에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공공SW 시장을 장악하던 대기업의 진입을 차단하고 중견·중소기업에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매출 확대, 기술력·사업 수행 능력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법 제정의 취지다.

애초 목적에 부합하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공공SW 사업 참여가 제한된 대기업은 공공SW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 또 국내 SW사업 레퍼런스 부재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곤란도 감수해야 했다.

한정된 공공SW 사업 예산으로 중견·중소기업도 대기업 참여 제한이라는 반사이익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마치 대형 유통기업의 출점을 제한한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난 게 아닌 것과 비슷한 결과다. 규제와 관련해 사전적 의도가 좋다고 사후적 결과까지 좋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재차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참여 제한을 당장 해제하자는 건 아니다. 현재도 국가 안보 등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시행될 당시와 현재 SW 기술 및 시장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급변하는 SW 환경을 감안, 종전처럼 대기업 참여 제한을 유지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지 개선이 필요한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 이후 10년 동안의 득실을 제대로 한번 따져 봤으면 한다.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라는 경로에 의존하는 게 합리적 선택인지 공론화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로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SW를 포함해 정보기술(IT) 지형도 자체가 전례없이 급변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공공SW사업 정책에서 경로 선택에 오류가 있었다면 다른 최선의 경로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경로 선택 오류에 대한 수정 의지의 부재는 관료적 형식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개혁 대상이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뿐만 아니라 규제 등 제도는 시대적 요구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적 상황이 달라지면 과거에는 적합하던 게 현재와 미래에는 적합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제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제도를 만드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10년 전에 선택한 경로가 현 시점에서 최적이었는지 다시 점검해도 의미없는 일은 아닐 듯 싶다.

김원배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