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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민 맞춤형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바란다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가 뜨겁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정부가 국민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서비스를 개발해서 선제 맞춤형 서비스로 국민을 모시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가장 먼저 부처별, 서비스별로 따로 저장된 데이터를 하나로 합쳐서 '데이터 사일로 현상'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데이터 플랫폼 사업이 큰 공공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개별 부서와 부처에 한정된 데이터만으로는 혁신적인 인사이트나 서비스 디자인과의 연결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데이터 사일로 현상은 기업도 오래전부터 겪고 있는 문제다. 기업 내부에 쌓인 데이터라도 전체적으로 통합돼 있지 않으면 각 부서가 서로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는지 알고 싶어도 알 길이 없다.

특히 대기업은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고 업무는 분업화와 시스템화되면서 각자 시스템에 쌓이는 데이터 양이 더 많아졌다. 또한 파편화된 데이터의 복잡성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데이터를 데이터 레이크에 모아 놓는다고 해서 저절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연결되지 않으면 가치 있는 인사이트가 나오지 않는다.

데이터 연결은 어렵고,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기업은 과거 데이터 연결에 목매기보다 아예 데이터 구조와 시스템을 다시 기획, 제대로 연결하고 분석하는 등 각 부서와 현업 담당자에게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을 정확히 전달하는 게 더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모습이 온전히 구현되려면 먼저 각 부처가 처한 상황, 즉 본연의 공공서비스 본질에 맞는 데이터 수집·분석과 활용적 측면을 고려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앞으로 국민 수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국민과의 접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까지 제대로 연결하려면 데이터 엔지니어와 데이터 전문가가 그들끼리 공학적으로 잘 해결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모아 놓은 데이터를 정책 의사결정에 실제 활용하는 부처 현업 담당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업 담당자와 함께 데이터를 확인해야 국민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해서 행정 서비스를 해낼 수 있다. 특정 정책의 의사결정이나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해 어떤 데이터를 더 수집해야 하는지, 어떤 외부·민간 데이터와 융합돼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다. 데이터 수집·센싱 전략이 국민 관점에서 제대로 수립돼야만 의미 있는 데이터 결합과 분석이 이뤄지고, 진정한 데이터 기반 정책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데이터 센싱 전략에 대한 점검은 정부와 국민 간 접점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접점은 '민원24'나 각 부처 오프라인 채널일 수도 있다. 국민이 커뮤니티에 남기는 흔적 데이터일 수도 있다. 정부는 각 접점에서 어떤 데이터를 얻는지, 부처별로 관리되는 데이터가 통합되면 국민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통합된 데이터에서 찾은 분석 인사이트는 어떤 맞춤형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새로운 가치와 의미에서 출발하지 않고 그저 모아둔 데이터에서만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시작하면 자칫 제한적인 사고에 갇힐 공산이 크다. 데이터 기반의 대국민 서비스 개발과 데이터 기반 정책의 의사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공공데이터가 없거나 충분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국민의 잠재 수요를 고려, 경험적 가치를 주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야 할지 충분한 고민과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주고자 하는 유의미한 '경험적 가치'를 설정해서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합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에서 시작해 데이터로 작은 분석을 하고 국민이 느끼는 불편한 문제를 찾아 새로운 경험으로 만드는 작은 시도부터 해야 한다.

'국민에게 맞는 새로운 경험'을 목표로 하면 각 부처가 쌓아 놓고 누구도 활용하지 않는 데이터를 다시 찾게 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데이터 통합은 기술 관점이 아니라 최종 목적인 '국민에게 새로운 경험적 가치를 제시한다'는 기본 철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