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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북미 평판TV 시장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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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대표 가전업체인 필립스가 세계 최대 전략 시장인 북미(미국·캐나다) 평판TV 시장 포기를 선언, 사실상 철수한다.

 필립스는 북미용 평판TV 개발과 생산, 판매를 모두 중단하고 현지 브랜드 사용권을 일본 중소가전업체인 후나이에 넘기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후나이는 필립스와 매그나복스 브랜드를 토대로 북미지역에 평판TV 공급 및 판매,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모든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관련 인력도 넘겨받는다. 후나이의 필립스 브랜드 사용권은 오는 9월부터 5년간이다.

 필립스는 대신 DVD플레이어와 캠코더, 헬스케어, 이미용기기, 조명 등 기타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북미 외의 타 지역 평판TV 개발과 판매는 지속한다. 파울 제벤 필립스 북미 대표는 “북미 평판TV 시장의 수익성은 면도칼 두께(razor-thin)처럼 박하다”면서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상호 윈윈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의 눈

 결국 필립스가 먼저 손을 들었다. 미국인에게 유럽의 자존심으로 평가받던 필립스가 싸구려 가전을 만드는 일본 중소업체에 브랜드를 빌려주면서 ‘윈윈’을 이야기하는 걸 보면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필립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전쟁터’와 같았던 북미 평판TV 시장의 지난 2년간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과 소니, 샤프가 1위 자리를 놓고 매분기 엎치락뒤치락 혈전을 벌인데다, 비지오·웨스팅하우스 같은 무명의 선수가 월마트·코스트코홀세일 등 할인점과 손을 잡고 초저가 제품을 내세워 기습 공격까지 펼쳤다. 그 덕분에 42인치 LCD TV 평균가격이 1년이 채 안 돼 2082달러에서 1544달러로 26%나 떨어졌고 업계 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결정타는 소니가 날렸다. 대만계 미국 중소업체 비지오의 초저가 돌풍에 긴장한 소니가 월마트에 납품할 중저가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삼성·샤프·필립스 등 업계가 공히 출혈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탄력적 대응을 하지 못했던 필립스는 시장을 대거 빼앗겼다. 2006년 4분기 17%의 점유율로 LCD TV 시장 1위를 차지했지만 1년 만에 점유율이 6.6%까지 하락, 6위로 밀려났다.

 시장조사기관 스티플 니콜라우스의 데이비드 A 시크 애널리스트는 “소니와 월마트의 제휴는 업계 전체 판도를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필립스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필립스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현지 3위로 부상하게 된 후나이가 중저가 제품으로 재공격에 나서게 되면 타 업체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